대구지법 제11민사부(성경희 부장판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대구문화방송(MBC)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대구MBC는 2022년 9월 23일 대구 달성군 현풍읍 소재 아파트의 수돗물 필터에서 녹조로 보이는 연두색 물질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보도했고, 10월 12일 연두색 물질이 남세균으로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10월 24일에는 현풍읍 소재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수돗물 필터에서 녹조로 보이는 연두색 물질이 발견됐다는 또 다른 제보를 받았고, 10월 26일 수돗물 필터 등에 관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상수도사업본부의 요청으로 녹색 물질이 붙어있는 수돗물 필터에 대해 현미경 분석,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아파트의 저수조와 수돗물 필터 전후의 수돗물에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수돗물에 대해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법(LC-MS/MS검 사)과 효소면역분석법(ELISA 검사)을 통한 검사를 진행했고, 경북대 차세대시퀀싱 핵심연구지원센터(NGS센터)는 대구MBC로부터 수돗물 필터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의뢰받아 진행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22년 12월 5일 ‘대구시 수돗물 필터 공동조사 결과 수돗물 안전 확인. 남세균 독소는 불검출, 필터 녹색물질은 독소와 무관한 녹조류’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구MBC는 2022년 12월 23일 ‘수돗물 필터 남세균 검출 확인하고도…녹조류만 강조한 국립환경과학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소송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은 공동조사 결과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 DNA가 검출된 데다 남세균의 생존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수돗물 필터에 독성을 지닌 ‘살아 있는 남세균’이 검출된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도록 ‘남세균이 검출됐다’고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고, 이 때문에 신뢰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대구MBC는 언론중재법에 따라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행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1일 1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대구MBC는 ‘남세균 검출’이라고 적시하기는 했지만,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 DNA가 발견됐기 때문에 해당 수돗물에 살아 있는 남세균이 있었거나 남세균의 독성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남세균의 생존유무를 불문하고 남세균의 유입 경로를 밝혀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보도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대구MBC가 12월 23일 보도에서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보도의 주요 내용은 남세균 DNA가 검출됐는데도 남세균에 대한 염기서열 조사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데다 정수 과정에서 남세균이 지닌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하기 위한 검사 방법 변경과 검사 횟수 늘려야 한다는 것인데, 서울대와 경북대의 마이크로바이옴 검사에서 남세균 DNA가 검출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남세균 DNA의 존재로 인해 수돗물 필터에 살아 있는 남세균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그로 인한 남세균의 독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 보도의 주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기 때문에 남세균과 남세균 DNA를 구분하지 않고 일부 보도에 기재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국립환경과학원은 남세균에는 독성이 있고 남세균 DNA만으로는 독성이 없어서 명확히 구별해야 하는데도 대구MBC는 보도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라고만 표현해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독소 생성이 가능한 살아 있는 남세균으로 인식될 수 있게 해서 정정보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세균 DNA만 있다고 해서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점, 남세균 DNA의 활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하지 않은 데다 수돗물 필터에 살아 있는 남세균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었던 점을 비춰보면 공동조사 결과 발표 당시까지 시행한 검사 및 검사의 시료 범위만으로는 남세균의 독성 유무가 판별됐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남세균이 검출됐다’라는 기재로 인해 ‘살아 있는 남세균이 검출됐다’고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동조사 당시에 수돗물 필터에 살아 있는 남세균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구MBC의 보도가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사건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및 간접강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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