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국가적 과제였지만 의사단체의 반발로 지난 20년 가까이 손대지 못하던 문제를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의사 수 부족으로 지역·필수 의료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이어서 만시지탄이다. 총선을 코앞에 둔 윤석열 정부가 여론 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증원 확대를 공식화했다.

의사 단체 주장도 귀 기울일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의대 증원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80%를 넘었다. 이처럼 국민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비수도권 지방국립대를 중심으로 증원분을 집중 배정키로 했다. 증원 규모는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대학들을 상대로 진행한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2151∼2847명)보다는 다소 적지만, 당초 증원 폭이 1000명대 초반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고려하면 파격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OECD 평균은 3.7명이고, 오스트리아(5.4명), 노르웨이(5.2명), 독일(4.5명) 등은 우리나라의 2배 안팎 수준이다. 또 2020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 13.6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35년이 되면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다. 몇 년에 나눠서 늘리는 점진적 증원보다 당장 충격이 크더라도 가급적 한꺼번에 늘리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에 묶여 있다.

하지만 의사 수를 늘린다고 의사들이 지역이나 필수 의료에 종사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를 의식해 정부가 지난 1일 10조 원을 들여 지역·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올리고,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는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지난 4일에는 이를 뒷받침할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대한의사협의회가 당장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건 파업이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