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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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은 1938년 3월 1일 대구시 중구 인교동 61의 1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삼성상회 문을 연다. 호암은 이곳에서 삼성그룹이 태동하는 힘의 기반을 마련한다. 호암은 대구 근교의 청과물과 포항 등 동해안 수산물을 수집해 중국과 만주로 중개무역을 한다. 한편으로는 제분기와 제면기를 들여 ‘별표 국수’를 팔기 시작한다.

삼성상회는 제면기로 강아지풀 대 굵기만 한 가느다란 건면을 뽑았다. 이걸 종이 띠로 어른 팔목 굵기만 하게 포장해 ‘별표 국수’라는 이름으로 상점과 식당에 팔았다. 건면은 불티나게 팔렸다. 상회 앞에 국수를 입도선매하기 위해 도소매 상인들이 장사진을 이뤘을 정도였다.

대구는 분지여서 덥고 습기가 적어 국수 생산의 이상적 환경이다. 1980년대 말까지도 대구는 전국 건면 생산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면 산업이 발달했다. 대구에서는 ‘별표 국수’ 외에도 ‘곰표 국수’, ‘소표 국수’, ‘환길제면’, ‘풍국면’ 등 30여 곳의 대형 제면 공장이 있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별표 국수’의 로고를 상표 출원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과거에 삼성상회가 사용하던 원 안에 검은 큰 별이 세 개 그려진 ‘별표 국수’ 로고와 1960년대의 쓰던 간략화한 로고를 특허청에 상표 출원했다. 삼성의 한자 로고 타입 ‘三星’과 지금의 푸른 바탕의 영문 ‘SAMSUNG’ 로고가 다 ‘별표 국수’ 로고에서 온 것이다.

로고 상표 출원을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이 과거 뿌리 찾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최근 삼성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지루한 송사 끝에 1심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회장의 행보가 가벼워졌다. 지역민은 삼성이 과거 뿌리 찾기에 나선 만큼 그룹 성장의 모태인 대구에서 새로운 신화를 쓰기를 기대한다. 삼성이 대구경북신공항사업 시행자 특수목적법인(SPC) 민간부문 주관사로 참여해 글로벌 기업의 위력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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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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