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대해 의사단체들이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기로 하면서 전공의 집단사직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전공의들의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수술과 진료에 차질이 발생했던 ‘2020 의료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시의사회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개최한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했다는 발언이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 한다. 레지던트 1년 차 수료를 앞두고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는 그는 “의사가 환자를 두고 병원을 어떻게 떠나느냐 하시겠지만,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도 한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환자 없이 의사 없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만류하는 표현을 비틀어서 한 발언이겠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국민을 위협하는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발언이다. 이 소식을 다룬 뉴스의 댓글들에서 “이기적이다”, “특권의식이다”는 국민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오만의 사례는 더 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SNS에 의대 증원을 비판하며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라고 올렸다. 오만방자(傲慢放恣)를 넘어 지방 혐오 발언이다. 한마디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료 불평등은 당연하다는 투의 말이다. 노규환 전 의협 회장도 그의 SNS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적었다. 정부 위에 군림하는 의사단체다.

의사단체는 국민 여론도 안중에 없다. 한국갤럽이 13~15일 국민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의대 증원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답한 비율이 76%에 달해 16%의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를 압도했다. 의사들이 환자를 내팽개치고 의대 정원 늘리는 것을 반대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특히 의대생들이 후배들의 정원을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의술보다 집단이기주의부터 배우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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