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인간은 앞날을 알고자 애쓴다. 시대가 바뀌어도 갈망은 여전하다. 고대 사회는 미래 예측 능력이 권력으로 통했다. 중국 상나라 현자는 갑골로 앞길을 점쳤다. 그리스 지식인 소크라테스도 델파이 신탁을 찾아 해답을 구했다. 오늘날 점성가·점쟁이·관상가·주술사가 여전히 활동한다.

과학자는 학문적 지식과 통계분석에 근거해 장래를 진단한다. 다가올 위험을 회피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이끈다. 이러한 합리적 예상도 수시로 빗나가 대중의 신뢰를 잃는다. 역사가는 최고의 점쟁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를 알기에 미래의 흐름을 예견할 것이라 본다.

과학사학자 코헨은 자신의 연구를 혁명이라 단언한 인물을 열거했다. 다윈과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16명이 명단에 올랐다. 뉴턴과 갈릴레오는 혁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들이 개진한 뛰어난 학설은 기존 패러다임을 바꾼 대담한 사고방식. 자연계 원리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작금 가짜 뉴스와 유사 과학이 넘쳐난다.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미국인은 과학과 유사 과학을 구분치 못한다. 언젠가 외계인 납치와 유령 목격담이 방영됐다. 그 방송을 진짜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UFO에 유괴되거나 외계인 관련 사고에 대비한 보험도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현대는 최첨단 디지털 시대다. 누구나 폰카를 가졌고 수많은 레이더와 인공위성이 상공을 탐지한다. 한데도 UFO와 외계인 존재를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를 검증할 증거는 전무한 상태다.

뉴멕시코주 로즈웰 외계인 논란도 비밀 군사훈련 때문이란 사실이 판명됐다. 네스호 괴물도 마찬가지다. 흐릿한 사진과 목격담이 전부다. 히말라야산맥 설인도 비슷한 사례다. 주로 목격자는 일인이고 일화로 전해진다. 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손쉽게 착각에 빠진다. 이는 사기꾼이 날뛰는 토양이 된다.

19세기 초엽 영국 런던에서 인어가 전시돼 화제를 모았다. 나중에 오랑우탄과 개코원숭이 조각을 붙인 허위로 드러났다. 미국 유명한 흥행사 바넘도 ‘피지 인어’를 전시했다. 실제론 원숭이 몸에다가 물고기 꼬리를 이은 가짜였다.

세계적 도시 뉴욕에선 43m짜리 바다뱀 뼈를 선보였다. 독일 황제 빌헬름 4세가 이를 샀으나 여러 동물 뼈로 조립한 것이라 폭로됐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변화무쌍한 대양에는 괴물과 유령선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거대한 뱀을 닮은 동물이 유영하는 광경을 보았다는 얘기도 흔하다.

아마도 다른 해양 생물을 착각한 것이라 여긴다. 그 이유는 절대로 잡히지 않았고 자세한 진술이 없는 탓이다. 중국엔 두 개의 천지가 있다. 대륙 서북쪽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는 톈산산맥에 의해 지역이 갈린다. 남부는 오아시스가 산재한 사막지대이고 북부는 주도인 우루무치가 자리한 초원지대이다.

그 톈산산맥 북쪽 중턱에 만년설이 녹은 호수인 천지가 있다. 다른 하나는 백두산 천지다. 중국은 ‘창바이산’이라 부른다. 어느 관광객이 백두산 천지에서 촬영했다는 미확인 생물체 동영상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중국 당국은 헤엄치는 고양잇과 동물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질학자 프로세로는 유사 과학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우라고 권한다. 범상치 않은 주장엔 범상치 않은 증거가 필수이며 일화는 결코 과학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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