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여지(餘地)없는 이재명

가끔은 ‘여지없다’는 말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여지없다’는 ‘더 어찌할 나위가 없을 만큼 가차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발을 딛는 것은 몇 치 땅에 불과하다. 하지만 벼랑에서는 자빠지거나 엎어지고 만다. 좁은 다리에서는 번번이 시냇물에 빠지곤 한다. 어째서 그런가? 여지(餘地)가 없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기를 세우는 것 또한 이와 같다. 옳은 말인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지극히 고결한 행동도 혹 의심을 부른다. 이는 모두 그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는 까닭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안지추가 지은 ‘안씨가훈’에 나오는 말이다.

여지의 있고 없음에 따라 군자와 소인을 구별했다. 여지가 없는 사람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말만 한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대들고, 사람은 원한을 산다. 이렇게 되면 뒷감당이 어렵다. 하물며 그 확신이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여지없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지없는 길을 가고 있다. 이 대표는 28일 당내 공천 갈등으로 탈당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해 “탈당도 자유, 입당도 자유”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서울 중·성동 갑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컷오프(공천 배제)했다. 공천 파동의 뇌관이자 ‘친문’의 상징적 인물을 잘랐다. 이른바 문·명(문재인·이재명)연대의 파국이다.

민주당은 이미 정세균계와 김근태계, 친노계 의원의 탈당이 잇따른 데 이어 김대중 동교동계의 막내 설훈 의원이 28일 탈당을 선언했다. ‘비명횡사’, ‘멸문정당’을 넘어 종교집단 백백교에 비유해 ‘명명백백당’이란 말이 나온다. 전통의 ‘민주당’이 모든 계파를 쳐내 ‘이재명당’으로 변신하고 있다. 안지추의 말처럼 잘못된 확신으로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은 원한을 사고, 결국 자빠지거나 엎어지게 된다. 여지(餘地)없는 이재명의 민주당이다.

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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