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정신력이 문제다. 동기 부여가 뛰어나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경기를 지배하려는 창조력과 통제력이 매우 부족하다. 무엇보다 팀 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많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뒤 문제점을 분석해 내놓았다. 그는 정신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팀의 핵심 개혁 과제로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나이 중심의 위계질서 파괴를 선언했다. 선후배 간의 심리적 간격이 경기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경기 중에 경칭 없이 선배 이름을 부르게 했다. 10살 이상 차이 나는 대선배 이름을 부르며 공을 달라고 콜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게 자리를 잡았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히딩크는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지침을 내렸다.

‘식사 시간 1시간 채우기’였다.

젊은 선수들은 고참 선배들과 앉아 있는 자리가 불편해 보통 식사를 급히 마친 뒤 자리를 빠져나갔다.

히딩크는 나이 차이가 거대한 장벽이 되는 한국의 위계질서 문화에 제동을 걸었다. 식사가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무조건 1시간은 앉아 있어야만 했다. 대화를 통해 일체감을 갖도록 유도했다. 식당은 소란스러운 의사소통의 장으로 바뀌었고 경기 집중력과 팀워크가 살아났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 후폭풍이 잦아들고 있지만 아쉬움은 진하게 남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퇴진은 한국 축구의 도약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자유방임주의자였던 그의 팀 장악력은 기대 이하였다. 식사를 5분 만에 마치고 탁구 치러 가도 제지하지 않았다. 식사도 훈련의 연장이었던 히딩크 체제에서는 불가능했다. 새로 선임될 국가대표팀 감독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지난달 퇴임한 프리미어 리그 최고령 감독 호지슨(76)은 소통을 첫손에 꼽았다. “감독 업무는 의사소통의 비즈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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