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포스텍이 추진하고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을 서울대가 하겠다고 한다. 서울대는 이미 2008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하려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하겠다며 나선 것은 재 뿌리기나 다름없다.

서울대는 내년도 의예과 입학 정원을 현재 135명에서 15명 더 늘리고 이와 별개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50명 정원의 의과학과를 의대 학부에 신설한다고 발표 했다. 이는 서울대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독단적 결정이다.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의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목에 작은 상처만 나도 헬기를 동원해 서울대병원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또 서울대에 의사 과학자 양성까지 맡기는 것은 의료 불균형을 넘어 국가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상징적 계기가 될 것이다.

포스텍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은 기존 해부생리학적 연구기반만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들을 한 차원 높게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공학과 과학 기반의 의사 과학자를 양성해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특화단지 육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의대다. 여기에다 포스코가 장차 디지털 기반 헬스케어 스마트병원을 설립, 지역의료 문제를 융합형 인재 양성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지역민의 기대가 크다.

의사과학자는 환자 진료가 아닌 새로운 의료기술과 신약 개발, 첨단 의료장비를 연구 개발한다. 세계적 명성의 제약회사 최고기술책임자 열에 일곱이 의사과학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년간 최상위 수험생들이 의대로 진학했다. 하지만 의사과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매년 의대 졸업생 3300명 중 의과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1% 미만이라고 한다.

최근 서울대가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을 밝힌 데 대해 포스텍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갈망해 온 지역민들은 “서울대가 자다가 깼나?”고 한다. 가만히 있던 서울대가 포스텍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니 돌연 뛰어들어 이 분야의 학과를 신설해 가로채려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료와 필수 의료 공백 못지않게 시급한 것이 의사과학자 공백 문제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차제에 단순한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차원이 아니라 생명과학과 연계한 미래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포스텍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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