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종교인들이 던지는 화두 같기도 하다. 프랑스 탈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작품명이다. ‘세상에서 고갱의 작품이 모두 사라져도 이 작품만은 꼭 지켜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원시 예술의 정점’을 이루는 이 작품의 사이즈도 139㎝×375cm로 대작이다.

세 부분으로 나뉘는 그림에서 고갱은 근본적인 의문을 시각화하고 있다. 두루마리를 펼치듯 오른쪽에 아기와 젊은 세 여자를 배치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금단의 열매에 손을 대는 중앙의 청년을 통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왼쪽 끝에 앉은 노파에게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보여 준다. 그녀의 왼쪽 눈에서 흐르는 한줄기 눈물.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보다 깊은 연민을 부른다. 노파 뒤로 두 손을 든 신상이 ‘저 너머 세상’을 상징한다고 고갱은 말했다. 그리고 예수의 성모처럼 흰 새가 도마뱀을 발로 눌러 악을 벌하고 있다. 한 여인은 이 단죄를 피해 조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고갱이 왜 ‘3단 질문’을 던졌을까. 고흐가 귀를 잘라 창녀에게 주도록 원인을 제공한 고갱. 그는 자살을 꿈꾸며 영혼을 쏟아 부은 이 작품을 통해 탄생과 화려한 삶 그리고 죽음이 하나라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진 것인가.

매화가 한창이다. 곧 벚꽃을 비롯한 봄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한 폭의 고갱 그림처럼 아직은 탄생과 죽음,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금단의 열매에 유혹되는 삶이 끝내는 노파의 한줄기 눈물로 귀착된다는, 고갱의 목숨을 건 웅변이 차가운 바람으로 다가선다. 미국 철학자 마르쿠제 말처럼 ‘풍요로운 감옥’인 세상, 떠나는 겨울의 뒷모습을 그 감옥의 창으로 담담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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