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힘 승리땐 대선주자 부상
원희룡, 이재명 꺾으면 입지 굳혀
이재명, 과반의석땐 쇄신론 불식
이준석·이낙연, 세력 확장에 촉각

생각 잠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재명 대표.연합
4·10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대권 예비 후보’들의 정치적 명운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제22대 국회 회기 중인 2027년에 치뤄질 대통령 선거는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영향이 크다.

특히 거대 양당의 당수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더민) 이재명 대표에게는 이번 총선이 2027년 대선의 예비전이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우선 국힘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처럼 ‘의회 0선 정치인’에서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정당에 들어오기 전 법무 장관이라는 범정치인 시절부터 차기 대선주자 명단에 올랐던 그가 총선 위기에 빠진 여당의 긴급 지도자로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으며 향후 여권의 대권 경쟁에서 독보적으로 선두 주자를 굳힐 수 있다. 확실한 승리라고 하려면 국회 과반수나 제1당 의석을 말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패하면 한 위원장이 입을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선거 프레임을 직접 짠 데다 각종 정책과 공천 방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간 나타난 각종 논쟁적인 이슈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오르면서 총선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여권 내 다른 대권 주자들에게도 이번 총선은 기회의 장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하며 더민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정면 승부를 자원했다.

원 전 장관이 전라도를 고향으로 둔 더민의 텃밭인 ‘험지’에서 민주당 현직 대표이자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를 꺾는다면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

대표적 잠룡인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물론 정치 현안에 계속해 목소리를 내온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 원외 인사들도 총선 역할에 따라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이준석 준 대표와 함께 집권에 일조했던 안철수 의원과 서울 동작을 탈환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의 국회 재입성 여부, 조경태 의원의 6선 성공 여부도 눈여겨 보는 시선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힘의 총선 패배 시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오히려 기지개를 켤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국민의힘을 떠나 개혁신당을 차린 이준석 대표도 총선 성적표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갈릴 전망이다. 중도층 표심을 대거 흡수하면서 의외의 바람을 일으킬 경우 차기 대선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더민 이재명 대표는 여전히 여야 통틀어 가장 앞 서 있는 대권 주자로 꼽힌다. 비록 지난 대선에서 졌지만, 2년 동안 당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당내에 경쟁자가 뜨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목표로 내건 ‘과반 의석 달성’과 함께 원내 1당을 지켜내면 야권의 독보적 대권주자 위상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 더민이 패배해 원내 1당 자리를 내줄 경우 이 대표는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천 과정에서 숨소리를 죽여 왔던 비명(비이재명)계가 총선 패배 책임을 고스란히 이 대표에게 돌리며 당권 장악에 나설 것이어서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럴 경우 야권 잠룡들이 부상할 공간도 열린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리틀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의원이 국힘 정당 지지가 훨씬 높은 험지인 경남 양산을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꺽고 3선 의원에 성공할 경우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초 비명계들의 줄탈당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존재감을 드러낸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여전히 차기 주자로 잠복해 있다. 아울러 공천 배제(컷오프)에도 당 잔류를 선택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친문(친문재인 전 대통령)의 옹립을 받으면 총선 이후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미래를 꾸린 이낙연 공동대표의 경우 이번 총선 일정 의석을 얻는 것이 대권 가도는 물론 정치적 명운까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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