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으로 의료계의 여러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최고 수준 병원의 치료 역량이 절반 이상 줄자 이들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이 정상화(?) 됐다는 것이다. 전공의가 떠나자 비로소 상급병원다워졌다는 아이러니한 평가다. 상급종합병원에는 중증·응급 환자만 남기고, 병·의원 등 1차 진료 기관이나 2차 진료 기관인 종합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경증의 환자들이 원래 갔어야 할 진료 기관을 선택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8일부터는 지침을 내려 일부 자격 있는 간호사들도 응급 환자에 대해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의료 파행이 규제 개혁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을 보면 지방의 의료기관 육성 방안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된다.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과 함께 의료체계 혁신 방안을 산발적으로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지방의 국립병원을 이른바 서울의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중증질환까지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력 확충을 가로막는 총 인건비, 정원 관리 등 공공기관 규제 혁신 방안도 신속하게 내야 한다.

지방의 의료서비스 확충을 위해서는 국립병원뿐 아니라 사립병원도 정부의 의료혁신 체계 안에 넣어 시스템화해야 한다. 지방 국립대병원과 지역 의료원, 사립병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중증진료와 응급의료를 함께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방의 우수 중소병원을 지원하고, 필수의료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혁신적인 지방의 중소병원 육상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의 병원들이 원활한 의사 수급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지방 국립대병원과 지역 공공의료원, 사립대병원, 중소병원을 지금보다 더욱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면 지역의 의료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고난도 복합 중증질환자는 빅5 수준의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의료원 등에서 분산 담당하고 경증과 회복기 환자는 거주 생활권의 중소병원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전공의 파업이 전화위복이 되게 정부의 비상진료대책이 상시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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