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의사는 호칭이 선생님이다. 검사, 판사, 세무사 등 우리나라 인기직종 중에 끝에 ‘사’ 자가 붙는 직업인을 부를 때, 보통 판사님, 변호사님, 검사님처럼 ‘님’자가 따라붙는다. ‘님’을 붙여 높임의 뜻을 나타낸다. 이런 ‘사’ 자가 붙는 직업 중 유독 ‘의사(醫師)’는 ‘님’ 대신 ‘선생님’이라 더 높여 부른다.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당나라 시인 가도의 시다. “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님은 약을 캐러 가셨다.”라 했다. 약을 캐러 간 스승님이 바로 의사다. 옛날부터 스승(사부님)으로 극존칭을 사용하였다.

물론 판사(判事), 검사(檢事), 변호사(辯護士), 세무사(稅務士) 등의 사는 한자가 다르다. 의사나 약사(藥師)에 ‘師’를 붙이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귀한 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시시대에는 종교적 신비주의의 일환으로 의술이 다루어졌다. 예수님의 사역에 병 고침이 여러 번이다. 신과 소통하는 무당이 병을 고쳤다. 예로부터 사람을 가르치고,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교사나 의사에게 스승의 호칭을 붙여 존경해 온 것이다.

공자, 석가, 예수 같은 성인이 인류 최고의 스승이라면, 그다음 서열의 스승이 인간을 가르치는 교사와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료인)다. 그래서 선생님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신 인간의 사고(四苦)인 생, 노, 병, 사를 직접 다루는 성직(聖職)이 의사다. 부처님 중에도 의사와 약사를 겸한 약사여래(藥師如來)가 있다. 의사 선생님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귀(貴)한 존재다.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폭압적 정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가 미래의 환자들을 위협에 빠트리게 하지 않을 것.” 지난 3월 4일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에서 발표한 성명서 내용이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보건 의료 독재를 일삼는 정부’가 ‘반헌법적이고,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지시’를 했다고 비난했다.

정부 또는 정부의 정책이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은 일이 있다 할지라도 의사는 환자를 버리고 떠나서는 안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를 지켜야 한다. 슈바이처 같은 의사 선생님이 위대한 분으로 존경받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 환자가 없다면 병원도 있을 이유가 없다. 사후약방문도 필요 없다. 학생 없는 곳에 교사가 필요 없고, 환자 없는 곳에는 의사가 필요 없다. 천당이나 극락에 병원이나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떤 경우에도 의사는 환자를 버리고 떠나서는 안 된다. 자신이 지닌 의술을 가지고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어야 하고,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사의 수가 많다고 해서 의사의 지위나 의술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좋은 의사를 더 많이 배출하여, 더 많은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베풀어야 한다. 의료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미쳐야 하고, 의료인은 과로하지 않고도 최상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 이게 바로 의료 선진국,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의사, 약사, 간호사 모두가 소중한 의료인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일을 맡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 석가모니도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에 대하여 깊이 회의하다가 출가하였다. 모든 인간이 피해갈 수 없는 고통이 바로 생로병사다. 늙어서 죽든, 아파서 죽든 간에 죽음이란 것이 가차 없이 찾아온다. 근본적인 해결이야 종교적인 영역이지만,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이 있는 한 의료인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할 선생님이다. 선생님, 환자 곁에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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