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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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 두리번두리번
자기 짝을 찾는다

혼자서는 아무 데도 쓸모없으니
구멍이 날 때까지 함께 가자고 한다

자기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그런 건 다 까먹고

오른발 왼발 상관없다고
왼쪽 오른쪽 따질 일이 없다고

서로가 서로를
동그랗게 껴안는다

[감상] 기원전 5000년, 동물의 가죽을 발목에 연결하거나 묶어 신발처럼 신던 것이 양말의 시작이라고 한다. 한자어 양말(洋襪)은 ‘서양식 버선’을 가리킨다. 양(洋)은 ‘서양식’, ‘서양의’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옛날부터 버선을 신었는데, 이것을 ‘말(襪)’이라고 한다. 양말은 발을 보호하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기능과 더불어 일부 문화권에서는 디자인과 색상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성별을 나타내는 역할도 했다. 오늘날에는 양말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이 되었다. 좌우 색깔, 패턴이 다른 짝짝이 양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릴 때는 구멍 난 양말을 꿰매어 신었는데 요즘엔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유병록 시인은 「슬픔은」이라는 제목으로 “양말에 난 구멍 같다/ 들키고 싶지 않다”라는 짧은 시를 썼다. 양말의 인생유전(人生流轉)이 흥미롭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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