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변호사
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변호사

형사사건을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되는 상황은 사건 초기 대응을 잘못하여 사건의 방향이 잘못된 경우이다. 큰 사건이 아니거나 잘못이 없는 경우임에도 조사 때 진술을 잘못하여 마치 자백한 것 같은 상황이 된다거나, 충분히 변론을 하여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음에도 제대로 된 변론을 하지 못하여 수사관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상황은 당사자 스스로가 ‘나는 잘못이 없으니 수사관이 내 이야기를 듣고 다 이해해 줄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조사를 받기 때문에 발생한다. 오늘은 경찰로부터 소환 조사 요청을 받았을 때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고소 사실 확인: 조사 이전에 자신이 어떠한 일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고 출석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고소 내용을 모르고 출석하였다가 생각지 못한 여러 질문을 받고, 사실과 달리 진술하거나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잔뜩 하고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고소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방어권 행사의 가장 기본이다. 출석 요청을 받았다면 먼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장의 내용을 확인하여야 한다. 내가 어떤 이유로 수사를 받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쟁점이 되는지를 미리 파악하여야 당황하지 않고 사실과 법리에 따라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

2. 조사 일정 협의: 수사관은 출석이 필요한 피조사자에 대해 경찰서 출석을 요청한다. 보통은 1~2주 내 수사관이 가능한 일정에 출석하도록 제안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오늘, 내일과 같이 매우 급하게 출석을 요청하기도 한다. 경찰로부터 갑자기 출석 요청을 받으면 당황하기도 하고, 또 당연히 응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바로 조사 약속을 잡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소환조사는 임의조사로 당사자의 동의 하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응할 필요가 없다. 고소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사실과 자료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으로 조사 일정을 협의하면 된다. 수사관도 이에 대해 크게 문제를 삼지는 않는다.

3. 사실관계, 자료 확인 및 쟁점 검토: 고소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 일정도 확정했다면, 고소된 사실과 관련한 사실관계,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쟁점을 검토하여야 한다.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 자료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확인된 유리한 자료와 사실관계를 정리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쟁점과 상대방의 예상되는 주장에 대한 대응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자료나 진술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고소된 내용에 대해 수사관이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히 진술하고, 오해를 해소해 주기 위한 절차이다. 상대방은 실제 사실과 달리 유리하게 상황을 설명하거나, 일부 사실관계와 자료만을 근거로 고소를 하였을 수 있으므로,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조사를 준비해야 한다.

4. 조사 및 변론: 위와 같이 준비를 하였다면, 조사를 받을 때는 사실관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성실히 조사에 임하면 된다. 그리고 조사 이후에는 조사 과정에서 명확하게 확인된 쟁점에 대한 입장과 유리한 자료를 정리하여 의견서 형태로 제출하면 좋다.

한 번 잘못된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결과를 바꾸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결과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당사자가 겪는 고초는 상당하게 된다. 따라서 작은 사건이라도 충분히 준비를 하여 조사를 받아야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혹시 수사관으로부터 소환 요청을 받았다면 위 내용을 꼭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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