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까지

김병태 사진전 ‘자화상’ 포스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는 무엇일까. 차별과 편견이 난무하는 사회, 소외와 폭력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은 수많은 이들에게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한다.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1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릴 김병태 작가의 사진전 ‘자화상’ 또한 그와 같은 근원적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지고 있다.

1994년부터 케냐 나이로비에 거주하며 30여 년 간 아프리카의 자연과 인물을 담은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온 그는 이번 전시 ‘자화상’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뜻하지 않게 삶이 파괴돼 버린 이들의 참혹한 슬픔과 분노를 작품에 담았다.

우크라이나 난민 보호소를 직접 방문한 그는 삶의 터전이 무너진 이들과 교감하며 자유와 인간의 존엄, 주체적인 삶이 침해당한 고통의 감정을 피사체에 담았다.

짙은 어둠 속에서 어렴풋 실루엣이 드러난 사람들의 얼굴, 절제된 고통과 슬픔이 더욱 가슴을 저려온다.

이제 전쟁은 일상이 됐다. 절망, 슬픔, 분노의 감정은 옅어지고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한 고민은 희미해지고 있다. 아니 처음부터 많은 수의 인간들에게는 자신들이 겪는 직접적인 전쟁이 아니어서 남의 동네 불구경처럼, 안타깝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사건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김병태 작가는 “어렵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 보호소를 방문했다. 애써 보통의 일상처럼 지내려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밀려왔다. 무엇 때문에 한 순간에 가족들이 죽임을 당하고, 삶의 터전이 산산조각이 나고, 그리고 생명을 건 도피를 해야 했는지? 촬영에 임하면서 스스로 슬픔에 북받친 그들이 당부하던 말,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많이 알려 주길 바란다”며 “자연의 세계에서도 삶과 죽음의 순간이 수시로 목격되지만, 소수의 이기심과 탐욕에 의해서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는 경우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세상은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는가에 따라 삶의 큰 부분은 이미 결정이 되고, 자유의지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에 부닥친다. 잔인하고도 슬픈 현실이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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