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동정심 많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었다.”

이 짧은 한 문장이 미국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 명시돼 있다.

한국계인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1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임기를 마친 민간인 시절에 고의로 기밀문서를 보관하고 공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형사 고발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불기소 방침을 밝혔다. 그 이유가 바로 이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다.

기소될 경우 바이든이 배심원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그렇게 묘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였다. 바이든은 자신이 부통령으로 언제 재직했는지, 장남이 몇 년도에 사망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특별검사는 덧붙였다.

민주당은 공화당 소속인 특별검사의 발표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반박했고 공화당은 바이든의 기억력을 검증해야 한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1987년 7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상원의원 바이든은 뉴욕 로체스터 대학에서 특강을 하고 인근 호텔에 투숙했다. 그리고 새벽에 눈을 떴을 때 그는 바닥에 누워 있었고 번개가 치듯 두통이 찾아 왔다. 누운 곳이 어디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몸도 마비돼 있었다. 뒤늦게 발견돼 군 병원으로 옮겨졌다.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 수술한 의료진이 우려했다. ‘생존확률은 50%를 넘지만 지능에 심각한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조카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두려움이 밀려 왔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조 바이든은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서 뇌출혈과 수술 후유증에 따른 기억력 감퇴 고민을 털어놓았다. 대선 리턴매치를 맞은 그는 이 기억력에 대한 트럼프의 잔인한 공격을 받아야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집요한 공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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