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천 한동대학교 법학교수·국제법센터 소장
원재천 한동대학교 법학교수·국제법센터 소장

대한민국은 한 팀이다.

황선홍 감독이 임시로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며 아시안컵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이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황선홍 감독은 대표팀 선배와 축구인으로서 후배들을 대신하여 국민에게 사과하며 책임을 지는 어른의 자세를 보였다. 운동장의 고 압력 긴장 환경을 이해하고 결국 선수 간의 문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훈련하는 감독과 코치진 모두의 문제인 것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것이다. “운동장에서 생긴 일은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으로 국민을 위로하고 축구 선수들의 앞날을 열어 주었다.


축구는 원래 영국 신사들의 운동이었다.
영국의 귀족 기숙학교들은 광대한 대영제국의 식민지를 운영하는 리더들을 양성하기 위해 문학·역사·철학 (文史哲)의 인문학적 교육은 물론 축구, 럭비, 크리켓 등 각종 단체 운동으로 강인한 체력을 기르고 다른 학교들과 시합을 통해 팀워크, 리더십, 전략적 사고와 규율과 원칙을 따르는 스포츠맨십을 체험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여 이기고 지는 것을 배우게 했다.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 없다”라는 유명한 격언을 남기며 유럽 대륙을 정복한 나폴레옹 황제는 결국 1815년 워털루 (Waterloo) 결전에서 영국군에게 대패하며 날개가 꺾이게 된다. 이때 영국군을 지휘했던 웰링턴 (Wellington) 공작은 “워털루 전투는 이튼 (Eton)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이겼다”라는 명언을 남긴다. 결국 축구, 럭비 등 각종 단체 운동을 통해 양성된 청년들이 대륙의 천재적 정복자를 무릎 꿇렸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의 미래는 운동장에 있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안타깝게도 지식 교육에만 집중하고 체력과 인성, 리더십 부분을 심히 간과하고 있다. 대학입시에 몰빵하는 우리 교육제도는 청소년들을 ‘공익과 공동체’를 생각하고 정정당당하게 이기고 지는 것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각자도생 무한 경쟁의 도가니 환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OECD 최고라고 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입시제도 개선과 더불어 예체능 교육의 회복 및 정상화에 있다고 본다.

한 예로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의 경우 주거시설들은 매우 빈약하지만, 지역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20레인 실내외 수영장과 주민 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청소년과 지역 주민,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초등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수영과 축구, 배구, 농구, 태권도 등을 하고 성인들도 다양한 운동과 예체능 등 여가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삶의 만족도가 자연스레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는 입시학원에 있지 않고 운동장에 있다.


월드컵 우승
일본 축구협회는 ‘J리그 100년 비전’을 선포하고 100개의 프로팀을 양성하여 2092년에는 월드컵을 우승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소년팀, 학교 팀, 아마추어 팀, 2부 3부 리그 팀 육성, 해외 축구 유학 등 체계적으로 축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같다. 우리 축구협회에 100년 비전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우리 K리그와 축구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지도자를 양성하며 나아가 국민 체육도 아우르는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분명히 우리도 외국인 감독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력으로 월드컵 축구를 우승할 때가 올 것이다. 아마 손흥민이 유럽 프리미어 구단의 감독에서 국가대표 감독이 되고 이강인이 국대 주장일 때가 아닐지 생각한다. 이제 아쉬움을 접고, 우리의 청년들을 응원하려고 한다.

이기든 지는 우리는 다 함께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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