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22대 총선 전반전 평가
국힘 '현역불패·친윤 공천'…민주 '친명횡재·비명횡사'
만신창이 된 비례대표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도 주목
정치다운 정치 없는 TK, 험지 피해 비례로만 몰리기도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30일 앞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외벽에 대형 홍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연합
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꼭 28일 남았다.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의 입법권력을 차지할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입후보할 선수의 선정이 마무리 단계다. 각 정당은 올해 초부터 예비고사라 할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에 접어든 셈이다. 지난 연말부터 약 3개월 역대 선거마다 예외 없이 나온 신당도 생겼다. 국회의원 재선을 노리는 현역 의원과 이 자라를 빼앗으려는 도전자의 치열한 수 싸움도 종국에 이르렀다. 예비고사를 거친 정당과 후보들과 어지러운 정치판을 톺아본다.

△양당제 흔들리나? 거대 양당 불신 속에도 양당제는 흔들리지 않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은 지난 4년간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를 비집고 등장한 이른바 ‘3지대’라 불리는 제3당이 생겼다. 기존의 제3당으로 녹색정의당이 있지만, 이념성이 강하고 노동자 중심의 계급성이 강해 확장성에 한계를 보였다.

국민의 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천하람 당 대표 출마자, 허은아 전 국민의힘 대변인과 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 쓴소릴 하다 반(反)당권파로 낙인찍혀 21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먼저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 이재명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조응천 이원욱 의원이 탈당해 만든 정당이 개혁신당이다. 이들은 거대 양당 후보에 도전하지만 현재까지 힘에 부친다.

새로운미래는 역시 반(反)이재명 노선으로 일관한 김종민 의원과 2020년 총선승리에도 이재명에게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를 빼앗기고 비주류로 전락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다.

1구 1인을 뽑는 현행 제6공화정 헌법하 소선거구제에서 제3당의 원내교섭단체 성공 가능성은 매우 어렵다. 소선거구제를 실시한 1988년 13대 총선부터 현재까지 제3당이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한 예는 14대 총선 정주영의 통일국민당(31석), 15대 총선 김종필의 자민련(50석), 20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천정배 의원 등 전라권 의원 20석이 분당해 만든 안철수의 국민의당(38석) 등 3개 사례밖에 없다.

△ 위성정당으로 만신창이가 된 비례대표 국회의원 46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형해…민주주의 원칙 훼손 헌법 위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다. 비례 위성정당을 각각 만들었다.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다. 지역구는 본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비례는 위성정당을 찍는 ‘분할투표’를 먹고 산다. 조국혁신당도 일종의 범 민주 위성정당이라고 볼 수 있다.

직능 대표와 지역 선거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국회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비례대표(옛 전국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최악의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위성정당으로 만신창이가 된 비례대표 국회의원 46석의 비운이다. 꼴 불견인 이 위성정당을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들이 숨죽이며 몰래 부끄러워하며 만들었는데, 이번엔 아예 대놓고 큰소리쳐가며 만든다. 정치도덕성이 땅바닥에 내동이 쳐졌다. 정당법과 헌법에 어긋나는 편법·탈법 정당이다.

국민의힘이 13일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로 옮길 현역 비례대표 의원 8명을 제명하며 ‘의원 꿔주기’ 단계에 돌입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자동으로 상실한다. 국민의힘은 소속 당에서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다른 정당으로 옮길 수 있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민주당도 비례대표 의원 제명이라는 똑같은 수법으로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소속 의원들을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가 위성정당에 코미디 같은 ‘의원 꿔주기’를 하는 데에는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에 기록되는 정당 기호 순번은 현역 의석 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한 녹색정의당은 위성을 넘어서 ‘식민정당’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녹색정의당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등록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양당은 지난 총선 때보다 더 심각하고 몰염치한 방식으로 위성정당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제는 위성정당이라는 말조차 아깝고 식민정당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대표는 “(위성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형해화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선관위가 이러한 위성정당 등록을 승인한 것은 헌법상 정당제도를 벗어나는 행위로써 분명히 헌법 위반일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주류 독식 공천 파동과 여당의 반개혁 공천 - 총선 승리가 목표가 아닌 ‘친윤당’ ‘친명당’ 만드는 좁은 정치 보여.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이재명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30명 안팎의 비이재명계는 대부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당내 소문이 현재 현실이 됐다. 사천, 이재명 방탄, 대장동공천, 비명횡사, 친면횡재 따위의 공천과정에서 퇴행의 온갖 용어들이 쏟아진다.

비이재명계(비명)는 대부분 탈락하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이재명측근들을 변호했던 경력의 김기표 이건태 변호사가 나란히 현역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았다. 앞서 공천을 받은 박균택(광주 서을) 양부남 김동아(서대문갑) 변호사 등과 함께 반윤석열계 검사의 대표격인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전북 전주을 후보로 확정됐다.

비명계 인사들의 고배는 박용진 의원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북을 후보 경선 결선투표에서 연고도 없는 곳에 박용진을 잡겠다고 찾아온 친명 정봉주에게 패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때문이다.

민주당은 19대 총선에서도 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표와 겨뤘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국민의힘 텃밭인 경기도 김포에 공천해 등원을 막았다. 김두관은 절치부심해 4년 뒤 20대 총선에 뒤늦게 당선됐다. 반문(반문재인)계인 조경태 의원도 국힘계로 이적했다.

이같이 친명이 무리수를 두는 것은 올 8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친명이 당권을 장악해 26년 지방선거 공천과 27년 대선 경선 후보를 겨냥한 대사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친문재인(친문)계나 올드보이도 이 길에 장애물이 안되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는데 관용을 베푼다. 비명을 쳐내고 강성진보를 국회에 불러들이는 것도 다 이재명의 당권 대권 프로젝트다. 중도층의 ‘안티 강성진보’로 더불어민주당이 좁아지는 마이너스 총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통합을 흉내 내는 선대위에 이해찬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를 내세웠다.

국민의힘도 이번 공천에서 현역의원과 친윤대통령(친윤)계 위주로 공천, 역대마다 해온 개혁 공천은 물 건너갔다. 친윤중에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 하나 정도가 불출마했다. 그 자리엔 부산 지역구에 장 의원과 가까운 김대식 씨가 공천됐으니 하나 마나 한 불출마다.

지난해 당대표 경선에서 용산의 뜻을 따라 김기현 대표를 만들기 위해 여론이 높은 안철수 나경원을 불출마하도록 연판장을 돌린 48명의 초선의원들 대부분이 공천받았다.

유승민계 이준석계는 모두 낙천됐다. 일부는 험지에 내돌렸다. 김용태 3선 의원은 지난번엔 서울 구로에 이번에는 민주당 현역이 있는 경기도 고양에 배치됐다.

△정치다운 정치가 없는 경북대구지역 - 안철수·나경원 당 대표 불출마 연판장 돌린 초선 의원 주역이 지역의원.

경북대구지역 유권자들은 1987년 대선 이래로 역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일당(민정당부터 국민의힘까지)만 강력히 지지했다. 한 선거구에서 1명만 뽑는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선거에서다. 그 당의 공천만 받으면 99% 당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정치 효능을 떨어지게 한다. 당선자들이 비판 견제가 없고 주민 소통과 주민친화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정책 비전도 없다. 입 귀 뇌(소신) 없는 3無 정치인을 양산했다. 중앙당만 쳐다보는 데 익숙하다.

정말 유권자의 권리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진정한 일꾼들은 정치를 멀리한다. 뜻 있는 정치 참여가 타 지역보다 매우 약하다. 일당의 공천을 따내지 못하자 아예 포기한 것이다. 권한을 누릴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직업정치인들만 정당 주변에 맴돈다. 이번 총선에서도 임명직 국회의원 같은 위성정당 비례 대표 후보자 신청에 지역 인사들이 저마다 중앙당에 줄을 잡고 벌떼 같이 몰렸다. 심지어 현직 대학 총장까지 지원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현재 민주당 소속의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비해 경쟁력이 있었다고 평가받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도지사 후보로 나서려고 하자 용산(대통령실)의 뜻에 따라 유 전 대표의 반대편에서 김은혜 전 수석을 지원했던 것이 국민의힘 초선 재선의원들이다. 결과는 민주당에 경기도지사 자리를 넘겨줬다.

지난해 당대표 경선에서 용산의 뜻을 따라 김기현 대표를 만들기 위해 여론이 높은 안철수·나경원을 불출마하도록 연판장을 돌린 48명의 초선 의원들 대부분이 이번에 공천받았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 의원들 주력 부대는 경북대구 의원들이다. 정치보다는 권력에 해바리기처럼 줄서기 행태에 유능한 정치인은 지역 발전을 이끌지도 못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도 도모할 수 없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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