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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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의 공통적인 구성요건인 ‘사실의 적시’란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말한다. 이 개념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과 대비되는 개념이다(대법원 2022. 5. 13. 선고 2020도15642 판결). 단순히 “저 사람은 회장도 아니다”, “저 사람은 이단 중의 이단이다”와 같은 표현은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의견표현이므로, 이러한 표현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법률상 적시된 사실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의뢰인들과 상담을 할 때 많이 듣는 이야기가 ‘거짓말이 없는데 왜 명예훼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형법은 기본적으로 실제 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적시된 사실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허위사실’일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예외적으로 사자의 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다만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되지 않는다(형법 제310조). 이는 명예훼손죄의 특유의 위법성조각사유로서,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라는 서로 충돌되는 기본권을 조정하기 위한 규정이다.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의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형법 제310조의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다.

허위사실이 아닌, 실제 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형법 제307조 제1항 등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위 규정에 대하여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현대사회에서 명예는 개인의 핵심적인 권리이며, 형법 제310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 제한은 최소화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합헌으로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21. 2. 25.자 2017헌마1113 전원합의체 결정).

실제 사실을 적시하여 문제가 된 경우를 보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는 가급적이면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아, 허위사실 적시가 없는 경우에는 실제 처벌까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명예훼손 고소를 위해서는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명확히 특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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