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우 대구경찰청 제1기동대 경사
서정우 대구경찰청 제1기동대 경사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딸의 성화에 가족들과 함께 대구 중앙로에 위치한 서점을 방문하기 위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고 중앙로역으로 이동하였다.

어린 딸들에게는 세상 밖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새로우니 서점으로 걸어가는 중에도 재잘재잘 거리며 온갖 질문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2·18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기억공간이란 적힌 글자를 보고 딸들이 내부가 궁금한지 입구 앞을 서성거렸다. 그곳에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지하철 참사로 192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현장입니다’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시 현장을 일부 보존해 두었고 검게 타고 그을린 벽에는 ‘보고 싶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추모의 글들이 많이 남아 있었으며 적힌 글들을 보며 글 속에 숨어있는 감정들이 필자의 가슴에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필자는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해 군대에 있었고 전역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전날 야간근무 후 간신히 힘들게 잠이 들었는데 고향이 대구인 후임들이 달려와 대구에 지하철 사고 나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며 빨리 고향에 계신 가족들에게 전화해봐야 한다고 했다. 필자도 슬리퍼도 안 신고 전화기로 달려갔을 정도로 긴박하고 다급했던 것으로 21년이 지났지만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21년의 시간은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사고로 필자의 곁을 떠나시는 비슷한 경험을 하였기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그리움과 미안함은 종료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래는 국토교통부에서 제작·배포한 지하철 화재 발생 시 대피요령이다. 절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를 꼭 숙지하여 유사상황이 발생한다면 무엇보다 침착하게 대처하여 그 어떤 피해도 없었으면 한다.

첫째, 노약자·장애인석 옆에 있는 비상버튼을 눌러 승무원과 연락합니다. 둘째, 여유가 있다면 객차마다 2개씩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하여 불을 끕니다. 셋째,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으면 수동으로 문을 열고, 여의치 않으면 비상용 망치를 이용하여 유리창을 깨고, 망치가 없으면 소화기로 유리창을 깹니다. 넷째,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을 경우는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빨간색 바를 밀고 나갑니다. 다섯째, 코와 입을 수건, 티슈, 옷소매 등으로 막고 비상구로 신속히 대피합시다. 여섯째, 정전 시에는 대피 유도등을 따라 출구로 나가고, 유도등이 보이지 않을 때는 벽을 짚으면서 나가거나 시각장애인 안내용 보도블록을 따라 나갑시다. 마지막으로 지상으로 대피가 여의치 않을 때는 전동차 진행방향 터널로 대피합시다.

처음에는 딸들에게 떠밀려 나오며 평온한 일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리고 배우자에게 하였던 하소연들이 2·18 대구지하철화재참사 기억공간을 둘러보며 죄송스럽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필자는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더 안전한 대구를 만들기 위하여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본인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더욱더 노력하며 살 것이다. 그날의 참사로 먼저 가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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