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대립하고 있다. 의사단체들이 국민, 특히 환자들을 볼모로 정부를 겁박하는 양상이다. 수차례 의사단체의 요구에 굴복해 의료 혁신에 제동이 걸린 것을 경험한 정부도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첨예한 대립 속에 경북도가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포스텍과 KAIST의 연구중심의대 신설을 의사 증원 갈등을 푸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것처럼 지방의대 중심의 증원은 이미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연구중심의대 설립 또한 의사단체와 거래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신설은 시대적인 과제다. 지방의대 증원과 함께 지방에 소재한 유수의 공과대학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은 서울 중심의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과학자는 과학·공학과 의학의 융합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다. 연구 수행 의사 양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서울 ‘빅5’ 병원 수준의 스마트병원을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지역민은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지역에 거점이 되는 빅5 수준의 병원을 육성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어 정부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경북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시련으로 실감한 것처럼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등의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의사과학자 양성은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의사과학자 양성은 미래 핵심 산업이 될 바이오·헬스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필수다. 포스텍은 방사광가속기와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 바이오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역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포스텍 연구중심 의과대학은 세계 최초 과학 기반의 일리노이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하기로 했다. 의과학 전문대학원 형태의 8년 복합 학위 과정(기초의학 교육 2년, 전일제 연구 과정 4년, 의학 임상실습 교육 2년)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스마트병원, 의과학 융합연구센터도 갖출 계획이다.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은 더 이상 늦춰선 안 되는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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