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19세기 중엽 런던지질학회장 필립스는 생명의 연대기를 세 장으로 나눈다. 대량 멸종 시기를 기준으로 고생대·중생대·신생대라고 명명했다. 제각각 ‘대’는 화석들 차이가 컸다. 이는 다시 ‘기와 세’로 분류했다.

고생대는 캄브리아기부터 페름기까지 여섯 기로 그리고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로 구분했다. 또한 신생대는 팔레오세부터 플라이스토세까지 여섯 세로 시대를 세분했다. 그 양쪽 끝에는 선캄브리아기와 홀로세가 있다. 현재 인류는 홀로세에 산다. 이는 현세라고도 한다.

대략 5억4400만 년 전에 시작된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생명체가 폭증했다. 화석도 완벽히 보존됐다. 캐나다 로키산맥 화석층엔 삼엽충을 비롯한 이상한 생물체가 많았다. 다음 오르도비스기에 최초의 육상식물인 이끼류가 번성했다.

석탄기에 육지를 덮은 양치식물이 퇴적해 석탄이 생성됐다. 덕분에 19세기 영국은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마지막 페름기에 지구상 최대 규모 멸종 사건이 일어났다. 지구온난화와 해양 산성화로 생물종 90%가 사라졌다. 과학저술가 짐머는 그때 풍경을 묘사했다. 자줏빛 바다에서 독성 거품이 분출해 연녹색 하늘로 올라갔다고.

대략 2억 5천만 년 전에 개시된 중생대는 파충류의 시대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백악기 대멸종 사건으로 거대한 도마뱀인 공룡이 절멸했다. 공룡은 아이들 인기 있는 장난감 캐릭터. 이젠 사라진 동물이란 사실을 알까.

신생대는 포유류의 시대다. 백악기 대멸종 직후인 6500만 년 전부터 홀로세가 시작되는 1만 년 전까지 기간. 신생대 흔적은 상당한 편이다. 포항의 금광리에 있는 화석 산지와 나무화석도 그러하다. 흔히 가로수로 선호되는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고생대 석탄기에 출현해 끈질긴 생존력을 자랑한다. 한데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됐다. 종자를 퍼뜨릴 방법이 없는 탓이다.

화석은 유기체가 죽어 퇴적암에 보존된 것이다. 당초에 화석은 그냥 독특한 돌이라고 여겼다. 아득한 과거 정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없었다. 화석으로 발굴된 개체는 기적이라고 말한다.

생물은 화석화 과정에서 소멸한다. 지금껏 종의 1% 미만이 화석으로 온존됐다. 그것도 행운이 따라야 사람들 눈에 띈다. 프랑스 박물학자 퀴비에는 화석을 공개 검증으로 긁어 실체를 밝히는 고생물학 쇼를 선보인 스타였다. 네덜란드 박물관에 보관된 일명 ‘대홍수 인간’ 암석을 깎아 도롱뇽이란 사실도 알렸다.

동시대 소설가 발자크는 그를 칭송했다. 퀴비에는 뼈와 이빨로 세계를 재구성한 위대한 시인이라고. 퀴비에 덕분에 화석 수집가란 직업이 생겼다. 아마추어 지질학자인 메리 애닝은 대표적 인물. 그녀는 중생대 파충류 화석을 탐지해 지질학 진보에 공헌했다. 바다 괴물인 어룡 익티오사우루스가 그것이다.

경북지역 최대 도시 포항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질 유산이 네 군데 있다. 그중 두 곳은 신생대 식물화석. 대강 2천만 년 전에 형성된 퇴적층에 60종 넘는 식물들 화석과 국내 최대 크기인 나무화석이 발견됐다.

당시 한반도 식생 연구자료로 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동해안 지질에 관심이 있는 학계와 관광객 탐방을 기대한다. 검푸른 파도와 얼얼한 모리국수 양푼은 덤이다. 참고로 나무화석은 대전에 자리한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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