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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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기팔괴(三奇八怪), 경주에는 옛날부터 세 가지 진기한 보물과 여덟 가지 괴상한 일이 전해진다. 그중 삼기는 신통력을 가진 금척(金尺)과 만파식적으로 불리는 옥적(玉笛), 태양으로부터 불씨를 얻었다는 화주(火珠)다.

금척(金尺)은 박혁거세 거서간이 왕위에 오르자 하늘에서 금으로 만든 자를 선물로 내려주었는데 병든 사람을 재면 병이 낫고, 죽은 사람을 재면 다시 살아났다는 신비스러운 것이다. 이 소문이 중국의 한나라 황제에게까지 알려졌다. 황제는 금자가 탐이나 사신을 보내 보여줄 것을 청했다. 사실 보여주길 바란 것이 아니라 보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왕은 금자를 달라고 하는 무뢰한 한나라 사신에게 순순히 금자를 내줄 수가 없었다. 곧 신하에게 명해 흙으로 무덤을 만들고 그 속에 금자를 파묻게 했다. 주변에 여러 개의 다른 흙무덤을 만들었다. 어느 곳에 금자를 묻었는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신은 많은 흙무덤을 다 파헤칠 수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갔다. 왕의 지략으로 금자를 한나라에게 빼앗기지 않았으나, 이후 어느 무덤에 금자가 묻혔는지는 아무도 모르게 됐다고 한다.

그 후 금자가 묻혀 있는 곳이라 마을 이름도 금척이라 불리고 있다. 현재 경주시 외곽인 건천읍 금척리 일대는 신라 6부 중의 하나인 모량부(牟梁部) 또는 점량부(漸梁部)의 중심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금척리 무덤은 1981년 발견된 대표적인 돌무지덧널무덤이다. 적석목곽분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무덤 양식은 1921년 금관총(金冠塚)이 처음 발굴됐고 이어 금령총(金鈴塚), 서봉총(瑞鳳塚), 식리총(飾履塚) 등이 발굴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박혁거세 전설이 깃든 금척리 고분 일대를 5월부터 조사한다. 5~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금척리 무덤 50여 기의 성격이 제대로 규명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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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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