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알베르토 자코메티 조각은 사실 부담스럽다. 철사처럼 메마른 다리와 팔. 생각할 수 있는 뇌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작은 머리.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몸이다. 피카소가 재능을 질시했다는 그는 20세기 최고 조각가로 손꼽힌다. 작품 최고 가격이 2000억 원을 넘는다. 그는 왜 더 이상 건조될 수 없을 만큼 건조된, 미라 같은 형상으로 인간을 만들었을까.

그는 청년기에 기차여행을 하다 한 노인을 만난다. 예술에 깊은 영감을 갖고 있는 자코메티에게 노인은 매료됐다. 헤어진 뒤 아쉬움이 남은 그는 자코메티를 찾는 신문광고까지 낸다.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자코메티에게 기차여행을 제안했다.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하다 노인이 기차 안에서 숨을 거둔다. 그는 처음으로 죽음을 정면으로 맞이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은 1, 2차 세계대전도 그의 정서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공포를 초월한, 영원한 생명을 작품에 담으려 했다. 이집트인들이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며 미라를 만들었듯 그는 인간을 그렇게 형상화했다.

과연 영원한 생명은 가능한가. 생명 연장의 꿈이 ‘에이지 테크’(Age Tech)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이면 이 시장 규모가 2조7000억 달러(36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도체시장보다 4배나 크다. 최근 미국에서 회춘 실험이 성공했다. 신의 영역인 생명을 산업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이 작업에 거대 자본들이 뛰어들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노화연구소가 인간의 장기를 이식하지 않고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연구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예쁜꼬마선충의 자궁을 장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맞춤형 장기 자가 생산 출발이다. 도마뱀같이 손상된 신체 부위를 스스로 재생하는 세상이 올 듯하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자코메티의 욕망이 미라가 되지 않아도 실현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