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1950년대 초 미국에 소아마비가 창궐했다. 한 해 5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걸려 3000여 명이 죽어 갔다. 루즈벨트 대통령도 걸렸다. 공포였다. 백신 개발이 절실했다.

조너스 소크도 연구에 매달렸다.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다. 진전이 없었다. 그는 배낭을 메고 무작정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어느 날 천장이 높은 한 수도원 성당을 찾았다. 아이디어와 공식이 준비된 듯 떠올랐다. 미국으로 돌아와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그리고 백신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해 소아마비 정복 길을 활짝 열었다. 소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건립한다. 그는 설계자에게 한 가지 주문을 했다. “천장을 높게.”

1960년에 이렇게 건립된 소크생물학연구소 천장 높이는 3~3.5m. 그동안 12명의 연구원이 노벨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공간과 창의성 간의 관련성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 결과 아파트와 일반 사무실 천장 높이인 2.4m는 창의적 사고에 제한적이었다. 창의성에 가장 효율적인 높이는 3.3m였다. 소아마비 백신 개발의 최대 조력자가 ‘천장이 높은 성당’이 된 이유였다.

엔비디아(NVIDIA)는 인공지능 (AI) 칩 선두 주자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한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가 공개됐다. 활짝 펼쳐진 낙하산을 닮은 4차원적 건물 외양 못지않게 내부도 관심을 끌었다. 축구장 6개 규모의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공간으로 트여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연구와 근무 공간이 배치됐다.

엔비디야의 창의성이 공간적 개방성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형식이 실질을 지배하듯 공간 구조가 두뇌 활동을 지배할 수 있다는 조너스 소크의 진단을 엔비디아가 성과로 받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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