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주 포항전문건설전기협의회장이 여성수강생을 대상으로 전기패널 조립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종욱기자 ljw714@kyongbuk.com
“건설 현장에서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보다는 기술을 배워 전문기능인으로 생활한다면 한층 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1일 저녁 포항시 남구 상대동 포항전문건설전기협의회(회장 진명주) 회의실에는 전기회로도와 패널들 앞에 15명의 여성 근로자들이 전기패널에 단자를 접속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2022년 포항제철소 태풍 힌남노 침수사태 이후 전기시설공사는 크게 늘어났지만 포항지역에는 전기관련 일을 할 수 있는 기능공이 부족해 그해 추석 연휴 일당 130만원을 주고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협의회는 당시 포항 지역에서 전기기능공을 확보하지 못하자 전국적으로 기능공 확보에 나섰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공사 끝에 포항제철소가 135일 만에 완전정상 가동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 후에도 전기기능공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남아 있던 기능공들 마저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타 지역으로 떠나기 일쑤여서 촌각을 다투는 포스코 작업지원에 애간장을 태웠다.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이 같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자 사측인 전기협의회는 포항지역플랜트건설노조(위원장 이창언)는 부족한 전기기능공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들어간 끝에 지역 내 풍부한 여성인력을 대상으로 전기기능 교육을 시켜 현장에 투입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7일 1기생 15명을 대상으로 개강식을 갖고,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특히 교육생 15명은 모두 포항지역플랜트건설노조 소속으로 그동안 안전지킴이 등 단순업무 만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매일 낮 현장에서 근무한 뒤 저녁 시간을 이용해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생 김동희(56)씨는 “지난해부터 특별한 기능이 없는 안전지킴이로 활동해 왔으나 협의회가 전기전문기술자 양성과정을 만든다기에 참여하게 됐다”며 “아직은 어렵고 힘들지만 전문기술자들로부터 숙달된 노하우를 전수해 뭔가 하나씩 만들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개월간 전기기능교육을 받고 수료하게 되면 저도 작업현장에 투입되게 되고, 보수도 안전지킴이보다 30%이상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넘친다”며 “기왕에 시작한 전기기능 교육이니 더 열심히 해서 기능사자격도 받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한 교육이다 보니 교육장소도 마련하지 못한 데다 넉넉지 못한 협의회 예산으로만 진행하다보니 전기재료 및 장비 등 기자재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명주 회장은 “올해 모두 매 기수별 15명씩 10차례의 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부족한 전기기능인력 확보에 큰 보탬이 될 것 같다”며 “여성 인력의 경우 남성에 비해 이직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가능한 데다 포항지역 여성취업 자리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언 노조위원장은 “협의회 측이 열악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여성기능인력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준 데 감사드리며, 우리 노조에서도 전문인력을 강사로 참여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고급 기능인력 양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제 막 시작한 교육이라 교육장도, 교육기자재 및 교보재 등 무엇하나 제대로 갖춰지진 않았지만 협의회와 노조, 근로자 모두가 큰 꿈과 희망을 갖고 도전하는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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