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파티마병원 전경.

대구지법 제20-2민사부(김홍기 부장판사)는 대구파티마병원을 산하에 둔 대구포교성베네딕도 수녀회가 의료 과실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장기간 내건 유족 A씨를 상대로 신청한 ‘시위금지 가처분’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구파티마병원 인근 100m 이내에 ‘대구파티마병원 내에서 감염돼 패혈증에서 심부전으로 진행돼 4일 만에 사망하게 만드는 병원이 어디 있나! 사람 죽이는 병원인가?’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집행관은 이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A씨가 가처분 심문 기일 종료 후 자발적으로 현수막 대부분을 철거한 사정을 고려해 병원 부지 경계로부터 200m 이내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단지 등을 나눠주거나 구호 제창, 녹음된 구호 반복재생 행위 등을 하면 위반행위 1회당 100만 원의 강접강제금 신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0월 31일 뇌혈관질환, 크론병 등으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대구파티마병원 신경외과 외래진료를 받던 중 응급실을 거쳐 입원했다. 10월 14일 추간판탈출증 수술을 위한 검사를 받았지만, 수술예정일인 16일 저혈압으로 수술을 받지 못했다. 10월 17일에는 상태가 더 나빠졌고, 이날 밤 11시께 급성 신경질환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B씨 유족 A씨는 지난해 10월 23일부터 가처분 심문기일인 2월 22일까지 현수막 20여 개를 설치했다가 이후 상당부분 철거했다. 병원은 A씨에게 형사고소, 중재, 소송제기 등을 안내했으나 A씨는 병원의 과실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계속 내걸었고, 대구포교성베네딕도 수녀회는 지난해 12월 19일 시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입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해 대구파티마병원의 의료상 과실에 관해 의혹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수막 게시 등의 행위를 통해 병원 인근에서 의료상 과실을 단정하는 취지의 표현에 더해 ‘대구파티마병원은 사람을 죽이는 병원인가’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은 채권자 병원의 평온한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채무자의 행위로 인해 채권자의 명예, 인격권 등 사회적 평가와 평온하게 업무를 수행할 권리 등이 침해받을 개연성이 커서 피보전권리의 소명이 있고, 나아가 명예, 인격권 등은 일단 침해될 경우 금전배상이나 사후적 구제수단으로는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려워서 채무자의 행위를 금지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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