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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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 풀섶
몇 발짝 앞의 아득한
초록을 밟고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에 핀
메꽃 한 점
건너다보다

문득
저렇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것이

내 안에 또한 아득하여,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를 한 번쯤
없는 듯 꽃 밝히기를
바래어 보는 것이다

[감상] 나팔꽃이 선명한 포스터라면 메꽃은 은은한 수채화다. 나팔꽃은 아침에 피지만, 메꽃은 한낮에 핀다. 나팔꽃은 잎사귀가 둥근 하트 모양이고, 메꽃 잎사귀는 방패처럼 생겼다. 나팔꽃은 일년생 식물이지만, 메꽃은 여러해살이풀이다. 메꽃은 버릴 게 없다. 나물로도 먹고 밥에 찌거나 구워 먹기도 한다. 특히 메꽃 뿌리는 혈압을 낮추고 당뇨병의 혈당치를 낮춘다. 메꽃의 꽃말은 ‘수줍음’이다. 시인은 메꽃을 두고 “문득 저렇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것”이라고 노래했지만, 우리 산하에, 소박한 메꽃이 늘 있었으면 좋겠다. 메꽃의 연관어… 소박하다, 검소하다, 수수하다, 아담하다, 간소하다. 성자(聖者)들이 추구하는 삶이구나. 메꽃이 성녀(聖女)였구나!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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