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나날이, 아침저녁으로 손을 닦는다. 깨끗하고 고운 것 골라 만지고, 따뜻이 베풀며 살려고 손을 닦는다. 나날이, 아침저녁으로 낯을 씻는다. 머리 감으면 모자 털고, 목욕하면 옷 갈아입고, 맑은 정신으로 살려고 낯을 씻는다. 나날이, 아침저녁으로 입을 씻는다. 입 냄새가 난단다. 입이 보살이란다.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향기롭게 살려고 입을 씻는다. 나날이,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씻는다. 세상에 밉다 곱다 해도 쓸모없는 사람은 없단다. 나날이 미워하지 않고 살려고, 곱다 곱다 하면서 살려고 마음을 씻는다.

나날이 씻는다. 낯도 씻고, 손도 씻고, 입도 씻고, 마음도 씻고, 나날이 새롭게 살려고 나날이 씻는다. 나날이 씻는다고 씻어도 다 씻기지 않아 부끄러울 때가 많다.

22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공천을 주었다가 빼앗아 버려 공천을 준 사람의 엉덩이에 솔이 나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 중에는 조심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입으로 남의 가슴에 상처를 준 사람도 있고, 저열한 단어를 남발한 사람도 있고, 돌아가는 세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물의를 일으킨 사람도 있다. 돈봉투 문제도 있고, 막말과 막된 행동을 자기 성장의 수단으로 삼아온 사람들이 상당수 걸러졌다.

불가의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는 주문이 생각난다,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요, 제자백가의 원조인 노자도 생각난다. 노자는 얽매임 없이 사는 것. 최고의 선은 물과 같아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물이 지닌 덕목으로, 바위도 뚫는 물방울의 끈기와 인내, 흐르고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 어느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구정물도 받아 주는 포용력,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 낮은 곳으로 찾아 흐르는 겸손을 배우라 했다. 총선 후보 공천도 물 흐르듯 했으면 좋으련만.

공천을 주는 주체도 문제다.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비명횡사, 이재명 사당, 대통령실 개입, 감동 없는 공천 등 여·야(與野) 없이 씹고, 씹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대선의 꿈을 꾸었던 의원, 탈당한 의원들과 당적을 옮긴 후보들, 새로 만들어진 군소 정당들. 지금까지 정가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처신이 상선약수가 아닌, 오기(傲氣)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이 되어 정봉주 후보가 낙마한 서울 강북을에서 딱하게 된 것은 P 후보다. 한때 대통령 후보로 당내에서 경선까지 했던 거물급 후보가 공천에 침을 흘리며, 두 번이나 오기로 버티다 낭패(狼狽)했다. 한 인물의 망가지는 모습이 상선약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옛날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손을 뒤로 묶고 실에 매달린 엿을 입으로 따서 물고 달렸던 기억이 난다. 요리조리 움직이는 엿을 입으로 따라가다가 온 얼굴에 밀가루로 난감했다. P의원의 얼굴이 “참 난감하네”다.

굴원의 어부사가 생각난다. 굴원이 조정에서 쫓겨나 강가에 서성이는데 어부가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됐소?” 굴원이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추방을 당했소.” 어부가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새로 머리 감은 사람은 갓을 털고, 새로 목욕한 사람은 옷을 턴다”라고 대답하니, 어부가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면 되는 것을!”하고 노래하며 떠나간다.

공천 파동의 물이 흐리다. 발을 씻어라. 흐린 물이라도 손 씻고, 낯 씻고, 입도 씻어라. 근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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