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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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큰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다리 붕괴 사고는 1940년 11월 7일에 있었던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시의 현수교 타코마교 붕괴 사고다. 타코마교는 개통 당시 최첨단 현수교 공법으로 건설돼 미국 공학기술의 결정체란 평가였다. 태풍에도 버틸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다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개통된 지 4개월 만에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타코마교는 시속 190㎞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다리였다. 그런데 타코마교가 붕괴된 날의 풍속은 산들바람 수준인 시속 63㎞였다. 당연히 부실시공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다리 붕괴 장면이 담긴 영상을 분석한 결과 당시로써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붕괴 원인이 밝혀졌다.

바람의 진동에 의한 공진현상, 즉 바람이 일으킨 진동수가 다리 고유 진동수와 일치해 진폭이 증가하는 공진현상이 반복되다 다리가 무너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리가 좌우로 천천히 흔들리다가 급격히 비틀리면서 중앙부터 무너져 내렸다. 미적인 요소를 강조해 다리를 너무 가볍고 날씬하게 만든 것도 붕괴 원인이었다. 타코마 다리 붕괴 이후 비행기 제작 등에 응용되던 유체진동학 연구가 활발해졌다.

미국에서 또 길이 2.6㎞나 되는 큰 다리가 붕괴됐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26일 새벽 대형 선박이 다리를 들이받아 페탭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릿지(키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다리 위를 달리던 트레일러 등 차량 여러 대가 물에 빠져 인명 피해도 최대 20여 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부실 공사로 무너져 내려 학생 등 32명이 목숨을 잃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아픈 경험이 있다. 미국 키 다리 붕괴 사고를 거울삼아 국내 대형 다리의 안전 점검과 대책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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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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