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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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이라는 말 참 좋다
어머니 세상 뜨고 집 나간 말
누구 제삿날이나 되어 깨끗하게 소제한 하늘에
어머니가 걸어놓던 휘영청
휘영청이라는 말
내가 촌구석이 싫다고 몰래 집 떠날 때
지붕위에 걸터앉아
짐승처럼 내려다보던 그 달
어머니가 글을 몰라 어디다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휘영청이란 말 여태 환하다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다
고개를 숙이고 돌아오는데
마음의 타관객지를 지나 떠오르는 저 휘영청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보낸 계집애의 입 속처럼
아직도 붉디붉은 달
휘영청이라는 말

[감상] ‘휘영청’은 달빛 따위가 몹시 밝은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다. ‘휘+영+청’ 저마다 다른 소리로 된 세 글자인데, ‘휘’와 ‘영’과 ‘청’이 서로 돕고 일으키며 절묘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휘영청’은 ‘달’이 없으면 쓸 수 없는 말이다. 야구장 야간 조명이 아무리 밝아도 ‘휘영청’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세상에 ‘휘영청 밝은 달’이 하나뿐이듯 우리에게 ‘휘영청 한결같은 사랑’은 어머니뿐이다. 조건 없는 사랑은 언제나 ‘휘영청’ 빛난다. 세상의 어머니가 우리 마음에 걸어놓은 ‘휘영청’ 덕분에 우리는 타관 객지에서도, 수라장에서도 결국, 살아낸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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