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 사회부장

포항지역에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과 실종사건들이 갈수록 미궁에 빠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주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한다.

강력 사건 해결이 어려운 것은 갈수록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들이 사건 현장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 완전 범죄를 노린 탓도 있겠지만 경찰의 초동 수사가 소홀해 조기 해결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달 13일 북구 흥해읍 칠포해수욕장 인근 소나무 숲에서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된 이 모양(23) 살해 사건이 한 달이 넘도록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물론 살해된 이양 신원 확인이 늦어져 초동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경찰이 살해된 이양과 함께 놀았던 친구를 찾아 진술을 확보할 당시부터 허위 진술에 말린 것이 수사의 허점이 아닌가 싶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고 갔다는 여자 친구의 진술만 듣고 무조건 택시운전사가 범인 일 것이라고 단정하고 이양을 태워간 운전사 찾는데 전 수사경찰관이 매달린 수사가 제대로 된 수사였는지 지적하고 싶다. 만약 당시 경찰관이 숨진 이양 친구의 진술을 들으면서 양질의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수사에 접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느 술집에서 누구와 어떻게 술을 마셨는가를 확인은 했는지 경찰에 묻고 싶다. 그리고 남자들과 부킹으로 짝을 지어 술을 마셨다는 진술도 그 당시 확보 했는지 더 알고 싶다. 어찌 됐던 술을 같이 마신 남자들이 범인일 수 있다는 양질의 판단을 경찰이 왜 하지 못하고 운전사가 범인이라고 단정했을까.

강력사건 뿐만 아니라 숨겨 발생한 각종 사건의 내면에는 항상 의외의 일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고, 그래서 치밀한 접근의 수사 기법이 동원 돼야 한다는 것은 수사관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닌가 싶다.

만약 그 당시 이양이 함께 마신 술집 현장에 달려가 앉은 탁자와 이양 일행 뿐 아니라 그날 마신 술병을 모두 확보만 해 두었다면 간단하게 지문채취로 해결됐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본 기자가 10년 넘게 경찰을 출입하면서 느낀 점은 경찰이 강력 사건 초동수사에 임하는 방법이 왠지 허술한 것을 항상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사건도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고, 미궁에 빠지는 사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살인 사건도 경찰이 덤벙되지 않고 정석대로 치밀하게 접근했다면 범인을 벌써 검거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3년 전 남구 대도동 소재 모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 2명이 즉석 부킹으로 만난 외간 남자들과 술을 마신 뒤 흔적도 없이 실종된 사건이 미해결로 남아 있지 않는가. 왜 경찰이 그런 유사 사건을 명심하고 있지 않는지 묻고 싶다.

살해된 이양 친구의 거짓 진술로 수사에 혼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경찰이 이번 살인 사건에 접근한 초동수사를 분석해 보면 허점투성이다. 주민들이 경찰을 믿고 편안하게 살아 갈수 있도록 감에 의한 재래식 수사기법에서 벗어나 치밀하고 과학적인 수사력을 키워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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