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

그들의정원2009,알루미늄 캐스팅,4대의 디지털 동영상

지난 2009년 12월 22일은 포항미술문화가 일대 전환기를 맡는 시점이었다. 3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포항시 북구 환호동 해맞이공원에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의 포항시립미술관이 개관됐기 때문이다.

"작지만 세계적 미술관이 목표"라는 초대 김갑수관장은"포항시립미술관을 포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 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수없이 발품을 팔았을 흔적이 내부 마감재서부터 외관까지 역력하다.

김관장은 포항출생으로 홍익대 대학원과 영국 런던 국립예술대 대학원에서 순수예술을 공부한 뒤 지난 1999년 고향에 정착했다. 미술관은 세상을 가치롭게 만드는 창조의 원천이라는 김관장은 이미 10여 년전, 포항예술문화연구소장을 맡아 포항미술문화를 심도있게 진단하고 지역문화 브랜드화에 앞장 서왔다.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감동이 깊어가는 미술관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정국택의 스테인레스 작품 '아름다운 비상' 옆에 선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

김관장은 문화가 산업과 맥락을 함께 해야만 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개관전시도 '철기와 대장장이'를 주제로 기획, 철과 함께 발전해온 포항의 상징성을 그대로 담았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포항의 성격을 한 마디로 말하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포항은 신화로 맴돌았던 아득한 고대의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서부터 파이넥스 공법으로 세계 철강사를 다시 쓰고 있는 포스코의 성공신화에 이르기까지 포항은 유독 철과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포항시승격 60주년, 성장의 시대를 넘어 성숙의 시대로 나아가는 포항 역사의 전환점에서 최고급 문화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김갑수 관장으로부터 포항시립미술관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본다.

▲요즘 미술관에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포항시립미술관의 매력이라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미술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고 볼수 있습니다. 개관한 지 한 달 동안 다녀간 관람객수가 2만5천여명이 됩니다. 미술관이 공원에 위치해 있어 작품도 감상하고 공원을 이리저리 산책하는 장소적인 매력이 미술관의 장점입니다.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뒤덮힌 도시는 지루해서 사색하거나 산책할 기분이 들지 않지만, 숲이 있고 예술이 있는 오솔길은 걸을수록 새롭고 재미나서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상쾌해집니다. 개관기념전 '신철기 시대의 대장장이'또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시민들이 미술관을 많이 찾는 것은 그동안 메말라 있던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채워주는 단비와 같은 미술관의 역할 때문이라고 할까요

▲미술관이 우리 삶 속에 뿌리 내리려면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요?

-포항시립미술관이 기초자치단체 스스로의 의지로 건립한 최초의 미술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포항시민의 소망과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 단계인 미술관이 우리 삶 속에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예술의 숲을 가꾸고 이해하는 우리 사회의 관용성입니다. 지난 20세기가 테크놀로지의 도구적 가치가 존중된 기술혁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하이터치(High Touch)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깊은 산골의 작은 샘물처럼 미술관은 하이터치 시대의 예술적 감성과 자양분을 생산하는 문화의 샘물인 셈이지요. 미술과 삶 사이의 징검다리를 놓는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소장하고 시민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미술관을 잘 가꾸어야 한다는 사회적 담론이 있고 미술관의 기능과 맥락을 제대로 짚어내는 시민들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미술관이 우리 삶 속에 건강하게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화·지방화 시대에 걸맞는 포항시립미술관의 운영방안은 ?

-오늘날 글로컬(global+local)적인 문화현상은 세계의 문화현실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개방화·정보화가 세계적인 경향으로 보편화되면서 국경의 벽도 서서히 낮아지고 있지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한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현실에서 미술관도 종래의 관습에서 벗어나 글로컬시대의 미술관 경쟁력을 확보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지역고유의 문화와 언어가 세계의 보편적 언어로 브랜드화 되는 차별화된 미술관이 되어야겠지요.

포항미술관이 Steel Art Museum을 표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역의 삶·문화·산업·도시정책이 미술관에 녹아 있을 때 비로서 미술관의 정체성이 창조적으로 발현되고 확장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글로컬 시대의 국제미술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유럽피안 드림'에서 '산업생산의 시대는 가고 문화생산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앞으로 각광받을 산업은 예전처럼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파는 사업이 되겠지요. 이런 측면에서 세계의 도시들 마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교류가 확산되고 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과의 교류가 중앙정부 주도의 단일 창구로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지자체 별로 직접적인 교류와 협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포항시의 경우 세계도시는 물론 환동해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문화와 경제를 교류하는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미술관에서도 자매도시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미술관들과 교류협정을 맺고 소장품을 교류하고 공동발전의 기틀을 마련 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포항의 문화와 예술을 알릴 수 있는 지역예술가와 작가 양성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이라 여겨집니다.

지역문화와 예술을 가꾸어 세계화하는 일이야 말로 글로컬시대의 든든한 자산이 아닐까요.

▲처음 미술관을 방문하는 경우 작품 감상이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위해 한 마디 해주세요.

-그림은 소설처럼 순차적으로 읽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눈에 파악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건성으로 대합니다. 하지만 "얼마 만큼 꼼꼼히 보느냐에 따라 작품의 맛이 달라집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도슨트'라는 용어를 들으셨을 겁니다.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감상과 이해를 돕는 '작품해설사'란 뜻입니다.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자원봉사 형태의 도슨트가 작품해설 및 안내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월 하순부터 도슨트의 소양과 커뮤니케이션, 서양미술사, 현대미술사등 다양한 내용으로 체계적인 '도슨트 양성프로그램'을 10주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우리미술관에서도 관람객 안내을 비롯한 재미있는 작품해설을 전문 작품해설사들이 맡아 하게 됩니다.

■'작품감상' 도우미

- 안내소에 비치된 미술관 안내물을 참고하여 전시내용을 확인하고 관람순서를 정합니다.

- 전시실에 있는 작품 안내물을 읽어 전시작품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합니다.

- 관심있는 작품은 집중적으로 감상합니다.

- 작품을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마음이 반응하는대로 편안하게 감상합니다.

- 관람을 마치면 감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효과적인 작품 감상법

- 고정관념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대합니다.

-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을 얻은 다음 작품의 특징이나 주제를 생가해 봅니다.

- 무엇을 닮았는가 하는 형상적, 구체적 비교보다는 작품의 상징을 읽어봅니다.

- 표현기법, 재료, 조형원리 등을 찾아 봅니다.

-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전시도록을 활용합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