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철
그래,
너 좋을 대로
좋은 사람
잘난 사람
다 만나고
나 같은 놈일랑
한 삼사십 년쯤 후
내가 푹, 쭈그러지면
그때라도
만나주거라
<감상> 그리움이 끝에 이르러 더는 길이 보이지 않을 때 터져버린 후련한 망말, 그러나 여전히 뜨거운 말. 영원히 기다리겠노라는 새털처럼 가벼운 말도 못해 곪은 응어리. '한 삼사십 년쯤 후/내가 푹, 쭈그러지면' 물론 너도 푹, 쭈그러지겠지만 그때까지 불씨 남겨 두었다가 후후 불며 일으킬 용기 장담하며 가는, 그 또한 사랑이라는 꽃일 겁니다.(권선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