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백 대쯤
엉덩이를 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 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터진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의
골진 이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눈썹 속에
젖은 해가 두 덩이
오래도록 식식거리는
저물녘의 수렁논
<감상>상처는 매만지는 이의 것, 도톨도톨한 아픔을 물끄러미 쓰다듬다보면 당신에게 백 대쯤 맞아 멍들어 솟은 내 가슴도 그만 무너지고 맙니다. 원망이나 미움은 원래 그런 것, 애초에 만나지 않았다면 오지도 않았을 그 또한 귀한 선물.(권선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