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다. 여자를 미성년자 취급하는 악습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여성 투표권 쟁취를 위해 많은 선각자들이 단두대에 올라야 했다. 여권신장을 외치는 여성들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암살당하기도 했다. 일반 평민은 한표, 귀족이나 부자들은 2~3표, 노예는 투표권이 없고, 기표한 투표용지를 관리들에게 보여주는 '불평등 공개투표'를 거쳐서 '모든 국민이 신분에 관계 없이 한표씩의 비밀·평등투표 제도'가 확립된 것은 20세기 들어서도 한참 후의 일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피를 흘렸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란 말이 나왔다.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만삭인 한 임산부는 투표장에서 남편과 '투표 인증 샷'을 찍고 곧바로 병원에 가 세째딸을 낳았고, 이를 트위터에 올렸으며, 많은 트위트러들이 이를 퍼날라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독려 노력은 여러곳에서 보여졌다. "투표인증 샷만으로 입장 가능한 공연을 만들겠다"는 공연연출가. "투표했다는 증거만 가져오면 막걸리 한통 드리겠다"는 상인. "투표한 20대 중 선착순 1000명에게 판화를 드리겠다"는 화가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 최고령은 122세 되는 남궁할머니. 안양노인요양병원에서 '거소투표'를 했다. 경기도 양주시의 김용녀 할머니와 대전지역 최고령자인 김금홍 할머니는 111세인데, 휠체어를 타고 투표장까지 갔다. 경북 상주시의 권도곡 할머니는 110세, 전북 최고령자인 한보정 할아버지는 104세, 충북 충주의 103세 이권영 할아버지와 102세 조순옥 할머니도 딸들의 부축을 받으며 한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생애 첫투표를 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서울에서 폐지를 주워 살아가는 이경순 할머니(86세)는 까막눈이고 그동안 무국적자로 살다가 지난해 말 주민등록증을 처음 발급받고 이번에 생애 첫 투표를 했다. 글을 전혀 모르는 할머니는 선거공보물이 집으로 오자 사회복지사가 읽어주는 것을 꼼꼼히 들어서 투표할 후보자를 골랐다. 또 생애 첫 투표를 기념한다며 기표된 투표용지를 들고 휴대폰 카메라로 찍다가 선관위 직원에게 적발돼 조사를 받은 사람도 있다.

모두 소중한 권리를 귀하게 행사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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