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선(수필가·서예인)

동해안의 한 마을에 모녀가 살고 있었다. 시집갈 나이가 다 된 딸은 인근에 소문이 날 만큼 얼굴이 예뻤지만 불행하게도 앉은뱅이였다. 육십이 넘은 어머니는 딸에 대한 근심으로 웃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녀 역시 속병이 있어 고생고생 하던 차에 하루는 독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내 모든 걸 잊고 죽고 말리라."

막상 결심을 하였지만 딸이 걸렸다.

"내가 죽고 나면 저것은 어찌 살까?"

생각 끝에 같이 죽어버리기로 작정하고 장에 나가 복어를 사왔다. 복어를 그대로 넣고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후 한 그릇씩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방에 군불을 넣고 잠이 들었다. 쥐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한 모녀의 집에 찾아오는 이도 없고 누구의 방해도 없었기에 그들은 깊은 죽음 속으로 빠져 들고 말았다.

하루가 지났다. 동네 사람들은 두 모녀가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긴 했지만 집안에서 죽음을 맞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이 이틀이 지나도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이웃집 사람이 찾아가 모녀를 부르며 방문을 열려 했지만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다. 억지로 문을 따고 들여다보니 두 사람은 정신을 잃고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이웃의 연락으로 급히 달려온 읍내 의사가 맥을 짚어보고 검사를 해 보더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깊은 잠에 빠져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 누워 있는 모습이 평화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났다. 복어 알에 독이 있어 사람에겐 치명적이긴 하지만 그 독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 못하면 그 대가로 보상(?)을 하는가 보다. 어머니는 오랜 속병이 나았고 앉은뱅이 딸은 다리가 풀렸다.

30여 년이나 접혀있던 다리가, 마치 어렵게 비집고 나온 새싹이 봄볕을 받고 잎을 펴듯이 시나브로 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더니 결국 걷게까지 되었다. 독도 잘 먹으면 약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위험하다는 복어가 그들에겐 명약이 되었던 것이다.

얼마 전 포항시의회 의장이 친구와 함께 복어 요리를 먹고 쓰러져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일이 있었다. 유명 탤런트인 그의 친구는 며칠 만에 퇴원하여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의장은 병원에 있어 시민들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며칠 전부터 의식불명에서 깨어나 회복 중에 있다는 보도가 있어 반갑기 그지 없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니 금방 쾌차하리라 믿는다. 어서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더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틀림없이 예전의 그 모녀처럼 명약(?)의 효험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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