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일(포항대학 초빙교수)

영일만 포항지역은 예로부터 일월의 고장(日月之鄕)이라고 부른다. 신라초 157년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의 탄생지로서 '해맞이의 성지', '삼족오 태양신화의 고장'이라는 정체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항의 역사문화의 잠재력이 한국 근대화의 등불, 영일만 신화를 창출한 것이다.

근래 포항지역 역사문화의 정체성 정립을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고무적이다. 2000년 호미곶 한민족해맞이축전 개최와 함께 연오랑세오녀상 건립, 2007년 일월문화제 명칭 개칭과 함께 제1회 포항정신문화발전 심포지엄 개최, 2008년 한민족해맞이축전 광장의 '삼족오 연(가로 20m,세로 50m, 무게 250kg)' 띄우기, 2009년 KBS1 TV의 역사스페셜 '연오랑세오녀, 일본의 신이 되었나?' 방영과 연오랑세오녀 연구소 개설 등이 이루어지고, 2010년부터 일월천제지였던 동해면에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포항의 영일만 남부 지역에는 태양과 삼족오를 상징하는 '烏'자와 '日月'관련 인명과 지명이 2천년 가까이 밀집되어 현존한다. 延烏郞(迎烏郞)·細烏女 인명을 비롯하여 迎日(延日)·烏川·都祈野·日月·斤烏支·夫山·日光·光明·中明 등의 지명이 포항지역 무형의 문화유산으로서 삼족오태양의 생명력을 일깨우고 있다.

따라서 영일만 양곡(暘谷)의 포항지역은 고대 한민족문명권의 삼족오태양신화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이동 전승된 귀착지, 한국 일월신화의 요람으로서 한국의 대표적 태양신화(일월신화)의 성지임을 밝혀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항지역은 새로운 양곡의 신천지 개척, 즉 일본 건국신화의 출발지로서 연오랑세오녀에 의해 일본의 태양숭배신화가 정착하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21세기 문화산업시대를 맞아 실존 인물 연오랑세오녀 일월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2007년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삼족오 문양'을 포항의 역사문화브랜드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였다.

포항의 삼족오는 한민족 고유의 '三足'(천지인)사상을 모태로 포항의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3S', 즉 일월신화의 고장(Sun), 영일만 신화 포스코의 도시(Steel), 첨단과학·해양문화관광도시(Science·Sieght-seeing)의 발전적 형상을 창출하는데 뜻을 두었다.

포항시는 시승격 60주년을 계기로 포항 영일만의 상승하는 시대적 기운을 21세기 영일만 르네상스의 달성으로 승화코자하는 힘찬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9일·10일 각 일간지에〈구미 새 역사문화 브랜드 '삼족오'〉라는 제목으로 삼족오를 구미의 브랜드로 결정하였음을 알렸다. 구미는 그동안 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나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을 목적으로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아도화상이 금오산을 지나다가 저녁 노을 속으로 황금빛 새가 나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金烏山이라 불렀다는 전설을 근거로 하여 삼족오 형상의 예술작품을 디자인으로 채택함으로써 삼족오 역사문화브랜드 사업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금오산의 명칭 하나로 삼족오의 브랜드화를 이루어낸 구미시의 발상이 놀랍기도 하다. 한반도 어느 지역에서도 삼족오 문양을 쓸 수는 있을 것이나 단순한 전설적인 지명 이야기를 내세워 무리한 방법으로는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포항과 같이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의 요람으로서 역사·지리·민속의 사료가 명증한 경우에는 독자적 차별성이 자연스럽게 인정되어 자타가 공인하는 브랜드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번 구미시의 삼족오 브랜드 사례를 보니 문득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정몽주 고향과 새마을운동 발상지 사례가 아직 생생한 탓이다.

이 상황에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현재 진행중인 정체성 정립을 위한 문화사업의 적극적인 추진과 함께 조상들이 물려준 한국 유일의 독자적인 일월신화를 승화한 가장 세계적이고 가장 포항적인 21세기 포항삼족오 브랜드 창출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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