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박사 (주)뉴로넥스 대표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주연의 [모래시계]란 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1995년에 SBS에서 방송된 24부작 드라마로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서 묘사했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의 시대가 끝나고 YS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처음으로 다룬 드라마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평균 시청률 50.8%를 기록할 정도로 방영 기간 내내 대단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당시 [모래시계]가 방영되는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일찍 귀가해 거리가 한산할 정도여서 [모래시계]를 '귀가시계'라고 부르기도 했다.

필자가 잊지 못하는 [모래시계]의 명장면이 있다. 극중 강우석 검사로 나오는 박상원이 감옥에 갇힌 조폭 두목이자 친구인 박태수 역할의 최민수를 찾아가서 자신의 과거에 대하여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박상원은 자신이 5·18 광주 사태 진압군이었고, 자신이 쏜 총에 무고한 민간인이 죽었을 지도 모른다며, 또 진압군 활동 당시 5·18 광주 시민군에 있었던 최민수를 보았다며 친구 최민수에게, 자신은 최민수가 생각하듯 그렇게 깨끗하고 올바른 사람이 아니며 최민수에게 형을 선고할 자격이 없는 부족한 검사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을 들은 최민수가 박상원에게 한 말이 있다. "우석아… 그 다음(after)이 중요해…그 다음에 어떻게 사느냐가…"

이전과 그 다음을 의미하는 비포 엔 에프터(before & after)란 말은 우리 생활 가운데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TV 홈쇼핑 화장품 광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마케팅 기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포 엔 에프터 마케팅이다. 전문용어로 사전 사후 마케팅이라고 한다. 특정 기능을 가진 화장품을 피부에 도포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제품 구매율을 신장시키는 전형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어둡고 칙칙하게 보이던 피부에 제품을 바르면 화사하고 밝게 변한다거나 주름이 많던 피부에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면, 주름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마치 마법과 같은 기능을 보유한 화장품 판매에는 비포 엔 에프터 마케팅이 가장 적합하다.

사전 사후 마케팅의 관점에서 비포에 비해 에프터는 늘 좋다. 에프터는 개선되는 것이며, 발전되는 것이며, 아름답게 되는 것이다. 에프터는 우리의 삶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 되어야 하며, 에프터는 긍정적이며 미래 지향적이고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에프터처럼 되고 싶기에 에프터를 선택하고 에프터의 효능을 나타내는 제품을 구매한다.

6월2일 지방 선거가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 가운데 끝났다. 사전 예측 여론 조사와 달리 여당인 한나라당보다 야당인 민주당 측 공천 인사들이 많이 당선이 되면서 이른바 북풍보다는 노풍의 승리로 끝났다. 특히 노무현의 세 남자로 불리는 김두관, 이광재, 안희정이 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여당은 물론 보수 세력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선거는 끝났고 비포는 비포로 잊어버려야 한다. 빛나는 에프터를 꿈꾸며 함께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비포보다 에프터가 훨씬 중요하고 에프터의 효과에 더욱 신경 쓰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어떻게 사느냐가, 그 다음에 도민과 시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하고 최선을 다 하였느냐가 2년 뒤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