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 수호천사' 박태환 대구 중구청 노인복지담당

대구 중구청에서 일하고 있는 박태환씨. 박 씨는 소외된 노약자들을 내 부모님같이, 형제처럼 돌보는 갸륵한 공무원으로 소문나 있다.

대구 중구청 노인복지 담당 박태환(46)씨. 박 씨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수많은 노약자들에게 가족 역할,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에는 양식이 없는 가난한 주민들을 위해 대신동 주민자치센터에 처음으로 '나눔쌀통'을 설치하고 이를 전국 행정기관으로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소외된 노약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현장행정'을 실천, 일선 복지행정에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필자가 박 씨를 만나보려 했으나 사양했다. "저는 공무원입니다. 선행이니 헌신적이니 하는 말 가당치 않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봉사하려고 공무원 자원한 것 아니겠습니까" 필자는 박 씨를 칭찬해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약자에게 고맙게 한 사례를 사회에 알려 더 많은 노약자들을 돕자는 것이라고 설득. 가까스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주민들이 박 씨는 출퇴근 시간이 없는 공무원이라 하던데.

"제가 주민센터에 근무할 때는 사회복지담당이라 출퇴근하면서 찾아가봐야 할 사람, 심부름해야 할 일들이 많아 좀 일찍 집을 나서고 늦게 귀가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과찬한 것입니다"

-현장행정을 남달리 강조했는데.

"노약자 복지는 찾아가는 행정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노약자들은 관공서에 찾아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본인의 체면과 염치도 있고 사무실의 많은 이목 때문에 망설입니다. 가정과 직장을 방문해 그들과 마주 앉아 심정적으로 그들의 가족이 되어 주고 친구가 돼야 마음을 엽니다. 예를 든다면,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여고생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딸을 양육하고 보호하기는커녕 딸이 아르바이트 해 학업과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딸의 직장과 학교로 찾아다니면서 딸이 야근해 번 돈을 빼앗으려 하고 딸의 명의로 휴대폰을 구입해 요금을 체납해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채무를 지우는 등 피해를 줘 이제는 학업마저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딸을 별거시키고 아버지 문제는 유관기관에 위임한 후 딸은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조처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 사례는 할머니가 아이를 갖지못해 혼자 살면서 두 딸을 입양해 키웠으나 딸들이 장성하자 가출해 버렸는데 몇 년 후에 찾아온 딸(양녀)이 자신이 낳은 남매를 데리고 와서 다시 할머니에게 맡기고 가버렸습니다. 할머니는 고령에 병든 몸으로 손자 손녀를 양육했으나 성장하면서 가출과 학업중단 등 할머니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마침내 긴급구조를 하지 않으면 큰일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이 할머니는 응급구호를 하면서 친정 조카를 수소문, 병원에 입원시키고 손자 손녀는 생모를 찾아 설득해 데려가게 했습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노약자 문제는 대부분이 복잡하고 심각하며 현장을 찾아가서 아버지와 딸을 만나고 할머니를 찾아가지 않으면 이런 사실이 있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으며 해결책도 마련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경우처럼 사무실에서 서류만 보면 노인은 장성한 두 딸이 있어서 양녀와 그 양녀의 아들딸까지 양육하고도 노후에는 그들로부터 봉양받기는 고사하고 양녀들 때문에 기초수급마저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노약자들은 민원처리가 잘 안된다고 주민센터에 불만이 많던데.

"주민센터에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대구 중구청의 경우 복지담당이 동에는 한 명뿐입니다. 그러나 맡고 있는 업무는 노약자 문제, 청소년 문제, 환경문제 등 민원종류가 100여 가지나 될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하며 우울증, 마약류 등 질환자까지 관리대상이라 이들의 돌발적인 행동에도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따르는 직무입니다. 일선 주민센터의 업무여건이 이러하니 사무실로 찾아오는 민원인과 찾아가야 할 민원을 한 사람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거지요. 특히 정신질환, 마약류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2인 1조가 되지 않으면 방문행정이 불가능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동에는 복지담당공무원이 최소한 2명 이상 되어야 하고 효율적인 현장행정을 위해 담당공무원에게 현장에서 최소한의 행정적 결정권이 부여돼야 합니다. 예를 들면 거리에서 방황하는 방치된 치매 환자 보호소 입소문제, 관내에서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 무연고 부랑자 처리문제 등 급하면서도 경미한 사안에 대해선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쪼록 박태환 씨의 염원이 이루어져 제2, 제3의 박태환 씨가 나타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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