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노인원스톱지원센터

김영란 대구 동구노인원스톱지원센터장과 허창주 돌보미관리장이 독거노인들게게 전달할 도시락과 반찬통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수시로 안부전화 해주고 도시락도 반찬도 갖다 주고 양식이 떨어지면 쌀도 구해주고 아플 때는 병원에도 데려가 주니 자식들보다도…"

한 할머니는 전화 한 통 없는 무심한 아들 생각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대구시 동구 노인원스톱지원센터(센터장 김영란·54)는 대구 진명입시학원(이사장 김선표)이 사업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뜻으로 노약한 홀몸 노인을 돕기 위해 진명 복지재단을 설립,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인원스톱 지원센터를 개소(2006년 7월 21일)하면서 시작됐다. 지금은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확대돼 전국에 240개소가 있으며 대구에는 9개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서 일하는 허창주(49) 돌보미 관리장에게 하는 일과 애로사항 등을 들어봤다.

-노인원스톱 지원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

"복지 사각지대에서 구조가 필요한 노인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홀몸 노인들을 대상으로 안전과 안부를 확인하며 노인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고 각 계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조정, 배분하며 위기노인을 해당기관에 연결하고 서비스 자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독거노인과 개별기관에 연계하는 일을 합니다."

-대구와 동구의 독거노인 가구와 돌봄 대상 노인 가구 수는 어느정도 되나.

"대구 전체 독거노인 가구는 5만 3천 가구, 동구는 1만여 가구며 돌봄 대상 가구는 3천여 가구입니다."

-돌보미 관리장으로서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은.

"인력이 절대 부족합니다. 동구의 경우 돌봄 대상가구는 3천여 가구인데 돌보미는 25명뿐입니다. 돌보미 한 명이 30가구를 돌봐도 750가구 밖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돌봐야 할 노인은 많은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현장에서 겪는 애로는 심각합니다. 노인자살, 빈곤, 질병, 학대 등 노인문제에 대해 돌보미가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한결같이 힘들고 절박한 일들인데 최소한의 인력마저 지원받지 못하니 날마다 답답하고 당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 돌보미들의 업무는 시도 때도 없는 게 특징입니다. 고령의 노인들은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항시 방심할 수가 없습니다. 근무시간은 한정돼 있으나 노인들은 무시로 구원을 요청해 옵니다. 이른 아침에도, 한밤에도 찾아가야 하고 응급한 상황에서는 가족역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고 슬플 때도 기동을 못해 사람이 그리울 때도 우리 돌보미들은 딸이 되고 손녀가 되어 드려야 합니다. 한밤중에 돌보미 집에 전화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수화기를 놓지 못하는 노인도 있습니다. 이 노인들의 '한'을 듣고 있으면 도저히 같이 울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독거노인을 돕게 된 사연이 있다던데.

"특별할 것까지는 없으나 할머님의 영향을 받아 간호사가 돼 대학병원에 취업했으나 하는 일이 지극히 한정돼 있어 마음껏 가난한 노인들을 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독거노인지원센터에 지원한 것입니다. 저는 교육자이신 아버지 밑에서 가톨릭 신자인 할머니의 지극하신 사랑 속에서 자랐는데 지금도 할머니의 종교적 가르침과 실천적 인간애가 저의 삶을 이끌어 주십니다."

허창주 관리사는 가난한 노인 돕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하는 일은 힘들어도 언제나 마음은 편안하고 즐겁다. '자신이 하는 일에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하면서 모든 돌보미들이 하나님의 말씀(계명)을 실천해 축복받는 천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의 직업관이 모든 공직자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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