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의료원 김현철 교수

김현철 교수

국내 최고의 신장이식 전문가이면서 음악평론가로 두 갈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는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김현철(61·사진) 교수. 그는 지난 1996년 '르네상스 음악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낸 데 이어 2007년에는 '르네상스 음악으로의 초대', '르네상스 음악의 명곡·음반'이라는 책을 잇따라 냈다. 남들은 의과대학에 가기도 버거운 판에 그는 음악분야까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인생의 행복을 두 배로 즐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에서는 항상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의대 학술제에서 합창 지휘를 하는 모습

-음악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지게 됐습니까?

"어려서부터입니다. 부친께서 경북대 의대 교수이셨는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셨어요. 집에서 항상 SP판으로 클래식 음악이 뭔지도 모르면서 듣고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음악을 들으면서 곡목과 작곡가를 적기 시작했지요. 고등학교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음악 감상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AM방송인 CBS와 KBS라디오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곡목과 작곡가는 물론 곡 해설 등을 받아 적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대학노트 1권이 정리되면서 웬만한 명곡은 모두 알게 됐죠."

-그렇게 음악감상에 시간을 쏟으면 공부에 지장이 되지 않습니까?

미국에 갔을 때 음반을 사고 기념 촬영을 했다.

"물론 학교 시험이나 대학 입시 때에는 음악감상 시간을 줄이긴 했지만 음악 때문에 공부에 지장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공부할 때에도 음악을 들었습니다. 음악감상이 완전히 생활화되니 오히려 공부에 도움을 줬다고 볼 수 있지요."

-의대로 진학을 하셨는데 의대에서는 수업 이해하기도 빠듯할 텐데 느긋하게 음악감상을 할 시간이 나던가요?

"음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됐으니 오히려 대학생활을 하면서 더욱 음악감상을 즐기게 됐지요.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1학년때 '유터피'라는 대학 연합 음악감상 클럽을 만들었습니다. 본과 1학년에 올라가서는 '의향회'라는 클럽을 만들었고 2학년 때에는 의대 예술제에서 음악부장을 맡으면서 동시에 합창단을 지휘하기도 했지요."

이처럼 대학을 다니는 동안 그의 음악감상 활동 폭은 급격히 넓어졌다.

"클럽활동이나 음악제에서는 주로 내가 음악 해설을 맡았는데 거의 150회쯤 될 거에요. 대학가에서 이게 소문이 좀 났습니다. 효성여대 피아노과의 클럽 학생들도 저를 초청했는데 저는 이 학생들에게 드비시나 라벨 등의 음악에 대한 설명을 했었지요."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음악감상을 위한 '조직' 활동을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의향회 출신 중 골수분자들로 '향우회(響友會)'를 조직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월 1회로 만나다가 지금은 1년에 4번 정도 만납니다. 지난 91년에는 '악우회'라는 것도 만들어 7, 8년간 활동했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음악·음반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친분을 다지는 거지요."

-그런데 음악 저서가 모두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입니다. 왜 이 분야 음악만 다뤘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를 바하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득 바하 이 전 음악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을 접하게 됐는데 그 당시에도 유명 음악가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음악을 들어보니 무반주 합창곡이 많은데 아주 단순하면서도 신비스럽고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이에 대한 소개가 국내에는 거의 없는 겁니다. 겨우 음반에 붙어 있는 짧은 소개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음악을 정리하고 싶었고 2, 3년간 자료를 모았지요. 주로 '글로브'라는 음악전문백과사전을 참조했는데 이 시대 음악을 연구하고보니 기존에 국내에 소개된 해설 중 여러가지가지에서 오류가 있더군요."

-또 음악 관련 저서를 준비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바로크 음악의 창시자이면서 르네상스 음악을 완성한 몬테베르디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음악을 집대성한 책 발간도 생각하고 있는데 내년 말쯤 두 가지 책을 동시에 낼까 생각중입니다."

-댁에 음반도 많으시겠습니다.

"LP판이 4천장 정도, CD가 3천장, 악보 800권 정도인데 음반 모으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음악을 이렇게 좋아하시면 의사로서의 활동이나 의학연구에는 소홀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1978년 처음 동산병원에 와 보니 신장투석기로 일본에서 기증받은 것 두 대가 있었는데 이걸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관심도 없었고. 당시 저는 신장이 아닌 심장을 전공했는데 누가 저보고 이걸 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세브란스 병원에 가서 두 달간 연수를 받았지요. 지방병원에서는 처음입니다. 연수를 받고 와서 이걸 사용하려고 하자 주위에서는 위험하다고 말리기도 했습니다. 4년 뒤 지방 병원에서는 최초로 제가 신장이식 수술을 했습니다. 그 때가 34살이었는데 병원에서는 젊은 사람이 수술을 한다고 야단이 났습니다. 당시 미국에 유학을 갔다온 의사들을 최고로 쳤지요. 국내 병원 출신인데다가, 유학도 안 갔다온 새파란 의사가 신장이식 수술을 하겠다고 나서니 의협심때문에 그런다며 말려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자신이 있었요. 결국은 제가 고집해서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수술인데 어떻게 그렇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수술에 자신이 있었습니까?

"신장이식수술은 간단한 거에요. 세브란스 병원에서 연수받으면서 보니 저도 충분히 할 수 있겠더라고요. 책·논문·잡지 등을 보고 이미 수백번도 더 연상을 한 것입니다. 첫 수술이지만 조금도 긴장되지 않았어요."

이후 동산병원은 82년부터 지금(2010년 12월 1일)까지 875회의 신장이식 수술을 했다. 이는 지방병원 1위, 전국에서는 6위 수준이다. 혈액투석의 경우 동산병원은 90년대 서울 아산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생기기 이전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술횟수를 기록했다. 장기 투석치료환자에서 문제되는 합병증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예방할 수 있는 온라인 혈액투석여과법을 199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도 김 교수다.

-신장 전문가로서 신장 문제로 찾아오는 환자를 보면 가장 아쉬운 점이 무엇입니까?

"조기 검진입니다. 소변에서 피가나오거나,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 보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반드시 소변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사람은 더욱 이 부분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아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이 일상생활에서 왜 좋은지 말씀해 주세요.

"음악감상을 하면 마음이 안정됩니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몸에서 엔돌핀이 나와 건강에도 좋고 집중력도 높아집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음악을 들어보세요"

약력

△ 1973년 경북대 의대 졸업

△ 1974~82년 경북대 의대 석·박사

△ 1981년 계명대 의대 내과 전임강사

△ 1988~98년 미국 뉴욕 코넬의대 로고신신센터 연수

△ 1992~현재 계명대 의대 내과학 정교수

△ 1994~07년 대구경북신장학회장

△ 2000~현재 계명대 신장연구소장 △02~03년 대한신장학회장

△ 2006~현재 대한이식학회 부회장

△ 2007~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 2002년 대한이식학회 학술상

△ 2010년 대한이식학회 회장

△ 계명대 동산병원 인공신장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등급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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