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지질학과 장태우 교수 인터뷰

경북대 자연과학대학 지질학과 장태우 교수가 지역의 지질 구조 및 안전성 여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특히 원전이 가장 많은 우리 지역은 과연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경북대 자연과학대학 지질학과 장태우 교수로부터 지진 그리고 지역의 지질 구조 및 안전성 여부 등 일반적인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어본다.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해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지진·해일에 대한 공포가 높아가고 있다. 과연 우리 지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한반도 동남부의 활단층 지역.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지진을 발생시키는 활단층이 한반도에서는 동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영덕, 경주, 울산, 양산을 아우르는 동해에 가까운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최근에 지진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도 예를 들어 서기 779년에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지고 100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경주 남산에는 80개 이상의 석탑, 100여개의 석불이 발견됐지만 마애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석탑과 석불이 넘어져 있다. 붕괴의 원인을 두고 여러 견해가 있지만, 넓은 남산 곳곳에 흩어져 조성된 이들 모두가 파괴됐다는 점에서 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동남부는, 지진이 많고 활단층이 발달한 일본에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다시 말하면 이 지역은 일본 열도를 5개의 활단층구로 구분한 것 중 하나인 '서남 일본 내대'와 가깝다. 이 내대 구역에서 1905년과 1943년에 규모 7.0, 7.2의 지진이 일어나 엄청난 재앙을 일으켰다. 지난 2000년과 2001년에도 각각 7.3, 6.4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런 점들로 미뤄 한반도 동남부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이 지역의 활단층들이 신생대 후기에 활발했고 지진의 역사적 기록도 많기 때문에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는 최근세 지각변동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지역에 대해서는 활단층 운동과 지진 활동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곳의 활단층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1991년 말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 발굴조사가 수행돼 한반도에서 최초로 활단층이 발견됐다. 이후 많은 지질학자들의 관심 속에 조사연구가 진행돼 30개 이상의 활단층이 발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최근 일어난 일본 대지진은 일본의 동쪽에서 발생해 우리에게는 큰 피해가 없었다. 일본 서쪽은 지진대가 없는가?

"이번 지진은 지구의 태평양판과 북미판의 경계선인 일본 동쪽에서 일어난 것이다. 일본 서쪽은 북미판과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유라시아판이 접해 있다. 이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고 실제로 지진이 여러번 있었다. 만약 여기서 이번 지진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도 심각한 지진과 해일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대규모 지진을 사전에 왜 예측하지 못하는가?

"지진은 활단층에서 일어나는데 단층이 가장 크게 많이 움직인 것을 본진이라 한다. 본진에 앞서 전진이 발생하고 본진 후 여진이 있다. 전진이 규칙적으로 일어나면 본진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현재 일어나는 지진이 전진인 지 본진인 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떨 때는 전진이 없이 바로 본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 일본 대지진에서는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한 번 충돌했을 뿐인데 여진은 여러 번 여러 곳에서 일어난다. 왜 그런가?

"건물이 쓰러지는 원리와 같다. 예를 들어 큰 건물의 중간이 한 번 붕괴되면 사방의 벽들에도 여기 저기서 진동이 가거나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이번 지진에서도 엄청난 충돌이 한 번 있었지만 충돌 부위와 가까운 여러 곳에서 땅 조각들이 연쇄적으로 새로운 충돌을 하거나 자리를 잡아가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진도 발생 주기가 있다는데 한반도 동남부의 활단층에서 활동주기는 얼마나 되는가?

"2천~3만년으로 아주 광범위해서 현재 그 활동 주기가 돌아왔는 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다."

-2천~3만년 주기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단층에 퇴적된 숯(탄소 14) 형태의 유기물을 채취해 '절대연령측정법'이란 것을 이용하면 대략적인 단층의 생성시기를 알 수 있다."

-한반도 동남부 외에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규모 2정도의 지진을 포함하면 연간 수도 없이 지진이 발생한다. 지난 1978년에는 충남 홍성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나 성터가 무너졌고 1936년에는 지리산 쌍계사에서 규모 5.0의 지진으로 공적비가 넘어졌다. 2004년에는 울진 앞바다에서 5.2의 지진이 일어났다."

-최근 지질로 인한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방폐장은 사실 원전에 비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는 시설이다. 경주의 방폐장은 원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옷이나 장갑, 장화 같은 것을 압축해 저장하는 것이어서 방사능도 아주 낮고 폭발의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에서는 땅 속에 묻지 않고 그냥 땅 위에 보관한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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