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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두걸음 '느림의 철학'…귓가엔 어느새 청명한 목탁소리
한걸음 두걸음 '느림의 철학'…귓가엔 어느새 청명한 목탁소리
  • 이심철기자
  • 승인 2011년 08월 25일 23시 58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8월 26일 금요일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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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올레길을 걷다 - 1. 팔공산 1코스 '북지장사 가는 길'
팔공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나란히 우산을 쓰고 솔밭길을 걷고 있다.

언제부턴가 '올레' 열풍이 불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진 느리게 걷는 여행이다. 바다와 오름을 배경으로 한 제주의 '올레길'은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팔공산에도 제주 못지않는 올레길이 있다. 등산객과 주민들이 알고 있던 팔공산의 등산로와 마을진입로, 산책로 등을 올레길 코스로 만들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 녹색여가문화센터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코스를 발굴했다. 이들은 모두 아홉개의 코스를 만들었다. 각 코스는 저마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편집자

팔공산자락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줄기.

*소요시간 : 1시간 30분 내외 (편도 2.5㎞ )

*운동량 : 197㎉ (어플리케이션 endomondo 사용)

*난이도 : 낮음 (포장길이며, 산악자전거 타기도 괜찮지만 거리가 매우 짧음)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 급행1번(배차간격 12분)을 타고 방짜유기박물관에서 내리면 됨.

팔공1번(동화사)도 있지만 하루 3~4회 뿐임.

자가용 - 박물관 주차장에 세우면 되지만 사람이 몰리면 자리 없음.

◇짧지만 재미로 똘똘 뭉쳐진 길

'북지장사 가는길'은 말 그대로 '북지장사'라는 사찰로 가는 산 길이다. 산을 올라야 한다는 부담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 이 길은 왕복 1시간 30분 내외로 팔공산 올레길 가운데 가장 짧다.

코스는 방짜유기박물관에서 시작한다. 박물관 근처에는 돌집마당과 현대시 육필공원 등 생소한(?)볼거리도 있다. 시작점에 있는 박물관과 이 두 곳은 코스를 갔다 내려오는 길에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왕복2차로의 아스팔트 도로를 낀 인도를 따라 걸으면 된다. 하지만 300여m만 오르면 길은 금새 좁아지며, 콘크리트의 마을길로 바뀐다. 그리고 본격적인 올레길이 시작한다.

도장마을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로 이어진다. 길의 폭은 2m 남짓. 성인 남자 2명이 간격을 두고 걸을 정도다. 길의 오른쪽은 도라지, 옥수수 등이 심겨진 밭이 있고, 길과 밭 사이에는 가시가 돋힌 탱자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10분정도 오르면 이 길의 '백미(白 眉)'인 솔밭이 펼쳐진다. 건물 5층이상의 높이의 키 큰 소나무 수백그루가 군락을 지었다.

소나무는 높고 곧게 하늘로 뻗어 있다. 길을 가운데로 양 옆으로 줄지어 선 소나무 사이를 지나는 느낌은 이채롭다.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긴 창을 들고 도열한 군사들을 사이를 지나는 기분과 비슷할 것 같다.

솔밭에 들어서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괜히 상쾌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느려진 발걸음으로 10여분을 지나야 솔밭의 끝을 볼 수 있다.

솔밭의 끝자락에 다다를 때 쯤이면 귓가에서는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는 길을 오를수록 점점 커진다. 팔공산자락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다.

이 코스에는 모두 2개의 다리를 지나는데 길과 물이 맞닿아 있는 곳이 많다. 손을 담그면 손 끝부터 찌릿한 한기가 온 몸으로 삽시간 퍼질 정도로 시원하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10여분은 이 코스에서 경사도가 가장 심한 곳이다. 가장 가파른 길이 30여m 정도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걷다보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는 곳에 다다른다. 왼쪽으로는 나즈막한 언덕이지만, 오른쪽은 산 속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경작된 밭이 펼쳐져 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가지, 고추, 옥수수, 감자 등이 심어져 있다. 밭에 심어진 작물을 구경을 하다보면 어느새 목탁의 청명한 소리와 스님의 염불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북지장사'. 한 때 동화사를 말사로 거느릴 만큼 큰 절이었다. 지금은 동화사의 말사로 건물 몇 채와 석탑을가진 소박함을 가졌다.

북지장사까지 대략 40여분이 걸린다. 잠시 머물며 약수물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절을 천천히 둘러봐도 10분 정도면 된다. 이 길은 절 마당까지가 끝이 나기 때문에 길을 찾기 위해 절 뒷편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돌아오는 길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된다. 전체적으로 급격한 경사는 없지만, 완만한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아디다스 모기'라 불리는 흰줄숲모기와 하루살이들과 끝없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이 길을 걷는 즐거움과 재미로 크게 짜증나지는 않는다.

◇온 가족들이 부담없이 올 수 있는 길

이 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완주할 수 있다. 할아버지과 손녀가 함께 손을 잡고 걸어도 힘이 들거나 중간에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을 듯하다.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와 책에서 보던 각종 채소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또 깊지 않은 계곡을 끼고 있어 물에서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도라지, 참깨, 옥수수 등을 직접 볼 수도 있다. 가까이에서 직접 만지기는 어렵지만, 아이들에게 채소의 이름을 가르쳐 줄 수 있다. 감자밭 몇 군데는 길과 맞닿아 있다. 수확 후라 감자는 없지잔 짙은 갈색의 비옥한 흙을 직접 만져 볼 수도 있다.

길의 중간쯤에 있는 '석림선원' 맞은편에는 발목높이의 물깊이에 콘크리트 포장된 곳이 있다.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기가 쉽다.

'북지장사'의 한 켠에는 잉어가 살고 있는 작은 연못도 있다. 보물 제805호로 지정된 이 곳 대웅전은 지금 보수공사 중이다. 다른 절의 대웅전과는 달리 정사각형 모양의 아담한 크기가 눈길을 끈다.

볼거리도 많다. 방짜유기박물관은 중요무형문화재 77호 유기장 이봉주 선생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박물관 주변의 한국 현대시 육필공원 '시인의 길'에는 돌에 새겨진 한국 대표시인들의 시 23점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는 주옥같은 시 구절과 함께 다소 민망한(?) 남근(男根)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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