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4명을 에이즈로 모두 잃은 기구한 60대 태국 노인이 동병상련의 다른 부모들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있다고 일간지 네이션이 2일 소개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태국 북부 관광지 치앙마이에 사는 오웃 수야루언(67) 할아버지. 그는 지난 10년 사이에 아들 3명과 딸 1명 등 4자녀와 며느리 등 5명을 모두 에이즈로 잃은 후 비슷한 처지에 놓인 부모들을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웃 할아버지는 자기와 아내 게이손 할머니 등 두사람의 생계조차 꾸리기 힘든 형편인데도 자녀를 에이즈로 잃었거나 에이즈로 죽어가는 자녀를 병상에 뉘여놓고 시름에 잠긴 다른 가난한 부모들을 돕고 있다.

오웃 할아버지의 시련은 1996년 둘째 아들이 에이즈의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당시 "에이즈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면서 울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둘째 아들이 죽은 지 2년 후 큰아들도 에이즈로 쓰러졌고 2001년에는 셋째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에이즈의 희생자가 됐다. 또 1년 후에는 고명딸 마저 에이즈로 목숨을 잃었다.

오웃 할아버지는 "내 아이들 모두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에이즈로 세상을 등졌다"며 "아이들의 죽음은 우리 부부에게 슬픔과 궁핍을 함께 안겨줬다"고 말했다.

오웃 할아버지 부부가 생계를 잇고 2명의 어린 손자를 키우기 위해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하고 버는 돈은 고작 하루 30∼40바트(1바트는 25원꼴).

오웃 할아버지는 자신의 비관적인 처지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붙어있는 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종류의 에이즈 퇴치 관련 프로젝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가족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정신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오웃 할아버지는 이들에게 에이즈 때문에 치러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대가가 아무리 크고 끔찍하더라도 꿋꿋한 자세를 가지면 환자와 가족 모두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을 들려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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