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밤 식탁

"그러니 올 때는 / 남도 산천에 눈이 녹고 참꽃 피면 오라 / 불발기 창 아래 너와 곁두리 소반상을 들면 / 아 맵고도 지린 홍어의 맛 / 그처럼 밤도 깊은 남도의 식탁"('남도의 밤 식탁' 중)

맛깔나는 남도의 음식을 담은 시집이 출간됐다.

송수권(72) 시인의 시집 '남도의 밤 식탁'은 1975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 그간 쓴 80여 편의 음식 시들을 한 권에 엮은 것이다.

전남 고흥 출신인 시인은 목포 삼합이나 벌교의 참꼬막, 영산포구의 주꾸미회, 마로화적으로 불리는 광양 숯불구이 등 유명한 남도 음식을 시 속으로 불러낸다.

"두엄 속에 삭힌 홍어와 해묵은 배추김치 / 그리고 돼지고기 편육 // 여기에 탁배기 한 잔을 곁들면 / 홍탁 // 이른 봄 무논에 물넘듯 / 어, 칼칼한 황새 목에 술 들어가네."('홍탁' 중)

남도 음식 외에도 강구항의 대게와 안동의 얼간재비(간고등어), 봉평의 올챙이묵 등 우리 음식을 멋스럽게 묘사한 시들은 입 안에 저절로 침이 돌게 한다.

시인은 서문에서 "시각은 교육에 의해서 길들여진 이미지를 생산하지만 미각이나 후각은 시각에 선행한 본능적 원형감각 이미지를 생산한다"며 "그런데도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서 아직 음식문화에 관한 개인 시집 한 권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170쪽. 9천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