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은 호미수회장

지금은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모두 '투자유치 경쟁시대'에서 각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해서 과거 종속이론의 열풍에 휩싸여 있던 중남미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나라까지도 외국인 투자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 포항 역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환경보존, 문화예술, 복지…. 다 좋은 말이지만 일단은 배가 불러야 노래도 나오고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일자리가 있어야 우리 자녀들도 취직하고 포항에서 대를 이어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는 것처럼 포항은 포스코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포스코가 한창 공장을 짓던 1968년도에 포항 인구는 7만2천명이었으나 최근에는 53만명에 이르고 있다. 포항의 인구증가가 주춤하던 1990년대에 지금처럼 포항시가 기업유치에 열을 올렸다면 아마 지금쯤에는 인구 6~70만의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로 기억된다. 포항시는 포스코강판과 포스코 페로실리콘공장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언론과 시의회에서는 "법도 절차도 모르면서 기업 유치한다."고 질타를 많이 했던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승호 포항시장은 "도둑질만 아니면 모든 수단을 써서 기업을 유치해야 된다."고 투자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바가 있다.

나는 박 시장의 입장에 찬성하며,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한다. 필자는 과거에 중국 5개 도시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요즈음도그렇지만 그때도 중국은 '세계의 공장', '세계 경제의 오아시스'로 불렸다. 당시 투자유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중국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모습에서 받은 감동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경제 부문에서 중국은 더 이상 만만디(慢慢的)가 아니다. 특히 공무원들의 변화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마치 70년대 우리의 해외 주둔 상사원을 보는 듯했다. 투자설명회가 열리는 곳이면 중국 공무원들이 어김없이 나타나 꼼꼼히 살폈다. 그들의 관심은 단연 '경제부국'이기 때문에 자신의 나라에 투자할 계획이 있는 외국 고객은 최고 VIP였다. 그들이 말하는 모든 화제의 중심은 '중국에 대한 투자'였다. 심지어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공안원들의 관심사도 경제였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비전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었다.

곳간에 겨우 남은 쌀 몇 줌을 가지고 나누기에 열중해서는 남는 것은 배고픔뿐이다. 최고의 분배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과 같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일할 수 있는 자리다. 일할 곳을 만드는 곳은 기업이다. 기업 없이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 최근 실업문제도 일할 기업이 없는 것이 원인이다. 박 시장은 변하는 시대를 이끌어 나갈 분명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열린 사고와 능동적인 변화로 경제 발전을 통한 선진화다. 국내외 기업 유치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자 유치를 통해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법과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도둑질만 아니면 모든 걸 하겠다."는 박 시장의 간절함을 이해하고 같이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어떨까? 발상의 전환과 열린 마음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내고향 포향의 발전을 위해서 말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