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호 <대구보건대 금융재테크정보과 교수>

얼마 전 주말에 영주 ‘선비촌’으로의 가족 여행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광주·전남지역 동남아 주부들의 ‘한국문화체험단’을 만나 함께 미사에 참례한 적이 있다. 잠시지만 옆에서 본 이들은 맑은 눈을 가졌으며 착하고 순박하여 우리나라 여느 젊은 새댁과 다름이 없는 우리 오누이의 모습이었다.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문제였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오고 해서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 심각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함께 생각해야함에도 간과하기 쉬운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의 농촌 총각과 결혼한 동남아 주부와 그의 자녀들의 성공적인 우리 사회 정착 문제다.

최근 농촌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지난해의 경우, 국제결혼은 모두 3만5447건으로 전체 혼인의 11.4%를 차지하며 전년보다 61%나 늘어났다고 한다. 인구 성비는 현재 여성 100명 당 남성이 105명이지만, 2010년 120.1, 2012년에는 124명으로 불균형이 심화될 전망이고 젊은 여성들의 농촌 기피 현상이 지속된다면 농촌의 외국인 신부는 어쩔 수 없는 대세가 되는 듯 하다.

이미 농촌은 4집중 1집이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외국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있다. 농촌에 사는 외국인 며느리는 전국적으로 대략 1만여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렇게 통계마저 정확하지 않지만 이제 이들은 농촌 가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크게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하나는 이들의 우리 사회적응 문제와 다른 하나는 이들의 자녀문제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 관습 차이 등으로 ‘한국인 주부’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농촌지역 자치단체들마다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한글교육, 역사, 문화, 생활예절, 한국 음식 및 풍습, 자녀교육, 부부대화 요령, 예술 문화활동 프로그램 등을 개설하고, 부부 및 고부갈등에 대한 상담도 해주는 창구도 마련하는 등 조기정착 프로그램 개발과 다양한 지원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어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또 하나 이에 못지 않은 심각한 문제가 이들에게서 태어난 자녀, 코시안(korea+asian, kosian) 문제로, 이들은 피부색 때문에 소외되는 등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수 약자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동남아 출신 여성들이 10여 년 전부터 한국 농촌에 시집와 낳은 아이들인 농촌 코시안 가정은 도시 외국인이주노동자 코시안 가정들에 비해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언어 미숙 등 성장 장애와 함께 외국인 어머니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어, 이들의 외국인 엄마들은 한국에 온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한다.

또한 한국말이 서툰 엄마가 취학 전 아이 교육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또래에 비해 지능발달이 늦거나 일부는 비정상적인 가정환경 때문에 정서장애 증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들은 피부색이 다른 부모, 또래와는 다른 언어사용, 따돌림 등으로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자신 때문에 자녀들이 주변 친구들에게 놀림 받아 슬퍼하는 모습을 봐야하는 외국인 엄마들의 마음은 또 어떠랴.

많은 코시안들은 사춘기 때 친구들의 ‘왕따’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코시안은 낮은 자존감과 부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어 사회적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물론 지구 전체에서 한국인처럼 단일민족으로 수 천년 동안 순혈을 지키며 살아온 나라는 거의 없다.

순혈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일본조차도 북방에는 아이누, 남방에는 오키나와의 인종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나라이다.

피의 동질성이 짙은 한국에서는 혈족이 아닌 남을 배타시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순혈주의가 글로벌 시대에 가진 취약성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전국 농촌 마을에 어디서나 예외없이 나부끼는 동남아시아 처녀와 결혼하라는 광고가 나부끼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순혈주의의 붕괴는 필연적인 것이 되었고, 오히려 그로 인해 발생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우리 사회의 에너지로 활용해야 할 때가 되었다. 외국에서 한국 농촌에 시집온 그들이 누구인가. 우리 스스로가 마다할 때, 우리 농촌과 총각들을 위해 멀리서 찾아준 귀한 존재들이다.

이들이 큰 어려움 없이 생활에 적응하며 한국을 조국으로 생각하며 정을 붙일 수 있도록 모두가 성원해야함과 그들의 자녀 또한 편견 없는 세상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함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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