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처음

그 처음의 처음엔

물이 불을 껴안고 뒹구는

불이 물을 껴안고 뒹구는

커다란 혼돈의 밤

온통 백열(白熱)한 사랑밖에 없었으리

아아, 일억 일천만년 전

빗방울이 바위를 때려

물방울 무늬 꽃들이

천 송이 만 송이

바위 가슴팍에 피어나던 순간

그 시원(始原)의 노래소리

여기 생생히 꿈틀거려

태어남이여

감상:삶의 근원적인 것에 대한 욕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것은 음습한 죽음의 굿판에서 벗어나 생의 활기가 물씬 풍기는 삶터를 튼실히 다지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오늘도 이 땅의 시인들은 ‘살림의 문학’을 향한 시적 욕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