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 우 <기청산식물원 원장>

유례 없이 초겨울 동장군이 삼한사온의 전통도 무시한 채 기승을 부리는 癸酉歲暮(계유세모)다.

인간사에서는 멀리 내다 볼수록 지금 당장에는 욕을 더 많이 얻어먹게 되어 있다.

성인군자며 위대한 통치자는 거의다 그랬다. 그들 대다수가 귀양이나 옥살이를 해야 했고 십자가에 못 박히기도 했다. 그리스도는 물론 베드로며 그의 열두 제자들도 오늘날에 기독교가 이렇게 지구 정 반대의 땅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까지 이토록 성왕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대한 업에는 거대한 핍박이며 반대가 가로막는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한 邑(읍)의 장이 되어 스승에게 政事(정사)를 물으니 ‘功(공)을 서둘지 말고 小利(소리)를 꾀하지 말라. 공을 서둘면 불실하여지고 소리에 구애되면 大事(대사)를 이루지 못한다’ 했다.

성인군자가 되려면 지금 당장의 이익에 대해서는 너무 밝히며 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그렇지 않은 예외를 본 사람은 아직 없다.

김천시가 혁신도시라는 낙점을 받았다. 좋아라 날뛰는 그 지역 지도층 인사들이며 시민들의 모습들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언론도 때로 고약한 버릇이 있다. 좋다고 흥청이는 그 뒷그늘에는 낙담으로 풀죽은 도시가 수두룩하다는 것을 결코 배려 할 줄 모르는 야박함이 묻어난다.

언론은 성인군자의 말씀이 이 세상에 번져나가는 것이 그리도 싫은가(?) 보다 싶어 쓴맛이다.

경주가 방패장으로 소원성취를 했을 때도 그랬다.

좋아라 깨춤추는 모습들이 진리의 잣대로 볼 때는 가소로울 수도 있다는 철학이 전무한 세속적이기만 한 언론 발표들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경주 방패장이나 김천시의 혁신도시 낙점 등의 일들을 사필귀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유치운동을 잘 못해서, 아니면 반대파들이 생각이 일천해서 그렇다는 식의 표현은 지역 내부의 반목갈등만을 촉진 유발할 뿐 하등의 득 될 리 없는 백해무익행위임을 깨우쳐야 한다.

이제 우리는 좀더 통이 큰 민족으로 거듭 나야 한다. 경주는 남의 동내고 어디는 내 동내라는 식의 사고는 물론이요 전라도는 남의 땅이고 경상도는 우리 땅이라는 식의 속 좁은 사고방식들은 이제 훌훌 던져버려야할 때요 그렇게 바뀌는 순간 부터가 민족중흥의 새 시대로 진입하는 것임을 깨우쳐야 한다.

네덜란드는 선진국이다. 우리 축구를 그 나라에 맡길 정도다. 축구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것들이 우리를 앞질러가는 나라다.

히딩크도 처음에는 욕을 얻어먹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만 보고 초기의 어둡던 일들은 다 지워버리고 있지 않던가.

이 나라의 지방 선거제도를 보면 수긍이 간다. 시장 출마 조건에 그 지역 출신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워서 국력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분하다하여 사전에 배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주민들은 투표에서 복수로 선발하여 정부에 최종 선임을 의뢰하는 제도다. 국가의 균형적인 통치 발전과 지역 나름의 향토애를 골고루 포용하자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시기 질투 중상모략이 횡행하는 풍토를 유발시키는 온갖 제도들이 여과 없이 노정되고 추진되고 있음에 오싹하니 추위를 타는 耳順(이순)의 지성들은 걱정으로 날을 세는 작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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